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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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일하는 배관공 애런 라이스(43)는 7년 뒤 은퇴할 계획이다. 최근 자신의 하수도 수리업체를 사모펀드에 수십억원에 매각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서다. 필로폰 판매 혐의로 5년간 복역한 뒤 나와 회사를 차린지 10년만의 일이다.

미국에서 방문수리 기사들이 새로운 '백만장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모펀드 사이에서 수익성이 높은 냉난방공조(HVAC) 업체 인수 열풍이 불면서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HVAC 업체는 800개가 넘는다. 소규모 및 비공개 거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사모펀드 레드우드서비스의 아담 하노버 회장은 "오늘날 업계에서는 모두가 HVAC 사업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드우드는 지난 4년간 기업 규모가 100만~2000만달러(약 13억~270억원)에 달하는 회사 35개를 인수했다.

그간 영세 세차장·요양원 등을 인수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마케팅·채용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였던 사모펀드들이 HVAC 업계로도 눈을 돌린 것이다.

레드우드가 인수한 대규모 HVAC기업 라이트웨이의 경우 자본 확충을 통해 서비스 트럭과 직원을 늘리고 신입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결과 라이트웨이의 연 매출은 3000만달러에서 7000만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보스턴 소재 투자은행 캡스톤파트너스의 테드 포크 상무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숙련된 중소기업 소유주 10명 중 9명이 인수될 경우 은퇴 후 사업을 정리하기를 원했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남아서 사업을 키우기를 원한다"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HVAC 사업의 발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사모펀드 알파인인베스터스의 그레이엄 위버 설립자는 "기업가적인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변기 막힘, 보일러 수리, 에어컨 설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이 직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1000만~3000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업을 구축할 수 있고 구매자 목록도 준비돼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HAVC를 설립한 뒤 100명 규모의 회사로 키운 다나 스피어스(51)는 최근 사모펀드 매각을 결정한 뒤 1년간 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는 "드디어 우리가 인정받는 것 같다"라며 "이 업계는 근성만 있다면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수 있는 사업 중 하나"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