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다양성 '빨간불'...야생동물 개체군 73%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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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개체군은 73%, 특히 담수 생태계는 무려 85% 줄었다. 주원인은 식량 시스템이다. 세계 곳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식량, 에너지, 금융 등 사회 전반에서 과감한 행동이 요구된다.
[한경ESG] ESG Now
세계자연기금(WWF)은 10월 10일 발간한 ‘2024년 지구 생명’ 보고서에서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73% 감소했다고 경고했다. WWF는 “지구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티핑포인트(임계점)에 근접했다”며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WWF는 전 세계 5495종, 약 3만5000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추세를 분석하고 지구 생명 지수(Living Planet Index, LPI)를 발표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추세를 분석한 결과 담수 생태계가 85% 가까이 감소했고 육상(69%)과 해양(56%) 생태계가 그 뒤를 따랐다.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원인은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다. 이 외에도 자원 남용, 외래종 침입, 질병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기후변화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해 해당 지역의 지구 생명 지수는 95% 감소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했다.
한계 직면한 자연, 백화현상 만연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는 멸종 위기와 함께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조기 경보 신호다. 보고서는 생태계가 훼손되면 깨끗한 공기, 물, 건강한 토양 등 인류가 의존하는 자연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으며, 이 경우 지구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티핑포인트는 생태계가 한계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마름 현상이나 산호초의 대규모 폐사가 이에 해당한다. WWF는 티핑포인트를 넘기면 해당 지역을 넘어 식량안보와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8월 아마존 산불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네 번째 대규모 산호 백화현상이 발생한 것도 이러한 위험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것이 WWF의 설명이다.
커스틴 슈이트 WWF 국제본부 사무총장은 “자연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라는 상호 연관된 위기가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으며, 글로벌 티핑포인트는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산호초 같은 소중한 생태계를 잃으면, 자연과 인류 모두 그 파괴적 결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량 시스템 혁신 필요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보전, 에너지, 식량, 금융 시스템의 혁신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현재 식량 시스템은 서식지 파괴의 주원인으로,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 온실가스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과 식량 손실·낭비 감소가 필요하며, 네이처 포지티브(자연 손실을 막고 회복으로 전환) 방식의 식량 생산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나아가 WWF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토착민과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존중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전 조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육지의 16%, 바다의 8%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WWF는 이러한 보호지역을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확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WWF는 재생 농업, 숲과 습지 복원 등 자연 기반 해법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며, 동시에 지역사회 생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WWF는 이러한 조치들이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재생 농업을 확대하고 숲·습지·맹그로브를 복원하면 탄소 저장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물과 공기 질이 개선되며, 식량과 물 안보가 강화되고 침식과 홍수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 국가계획 없거나 구체성 부족
국제사회는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생물다양성 손실 방지와 회복을 위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WWF는 각국의 공약과 실제 행동이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은 물론 티핑포인트를 피하기에도 충분치 않다고 경고했다.
실제 각국은 2024년 10월 21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 전에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맞춰 국가 계획(NBSAPs)을 개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받은 바 있다. 그러나 10월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96개국 중 34개국만 마감일까지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8월 NBSAPs 제출을 완료했다. 하지만 WWF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관련한 15번 목표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현재 상태를 고려한 목표가 명시되지 않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가재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지구 생명 보고서의 공동 연구를 수행한 앤드루 테리 런던동물학회(ZSL) 자연보전·정책국장은 “지구 생명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개체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생물다양성 감소는 자연을 티핑포인트로 내몰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으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자연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행동과 의지”라고 강조했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한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 상위 8위 국가로, 한국 정부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며 “앞으로 5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WWF는 전 세계 5495종, 약 3만5000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추세를 분석하고 지구 생명 지수(Living Planet Index, LPI)를 발표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추세를 분석한 결과 담수 생태계가 85% 가까이 감소했고 육상(69%)과 해양(56%) 생태계가 그 뒤를 따랐다.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원인은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다. 이 외에도 자원 남용, 외래종 침입, 질병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기후변화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해 해당 지역의 지구 생명 지수는 95% 감소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했다.
한계 직면한 자연, 백화현상 만연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는 멸종 위기와 함께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조기 경보 신호다. 보고서는 생태계가 훼손되면 깨끗한 공기, 물, 건강한 토양 등 인류가 의존하는 자연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으며, 이 경우 지구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티핑포인트는 생태계가 한계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마름 현상이나 산호초의 대규모 폐사가 이에 해당한다. WWF는 티핑포인트를 넘기면 해당 지역을 넘어 식량안보와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8월 아마존 산불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네 번째 대규모 산호 백화현상이 발생한 것도 이러한 위험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것이 WWF의 설명이다.
커스틴 슈이트 WWF 국제본부 사무총장은 “자연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라는 상호 연관된 위기가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으며, 글로벌 티핑포인트는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산호초 같은 소중한 생태계를 잃으면, 자연과 인류 모두 그 파괴적 결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량 시스템 혁신 필요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보전, 에너지, 식량, 금융 시스템의 혁신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현재 식량 시스템은 서식지 파괴의 주원인으로,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 온실가스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과 식량 손실·낭비 감소가 필요하며, 네이처 포지티브(자연 손실을 막고 회복으로 전환) 방식의 식량 생산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나아가 WWF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토착민과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존중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전 조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육지의 16%, 바다의 8%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WWF는 이러한 보호지역을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확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WWF는 재생 농업, 숲과 습지 복원 등 자연 기반 해법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며, 동시에 지역사회 생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WWF는 이러한 조치들이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재생 농업을 확대하고 숲·습지·맹그로브를 복원하면 탄소 저장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물과 공기 질이 개선되며, 식량과 물 안보가 강화되고 침식과 홍수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 국가계획 없거나 구체성 부족
국제사회는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생물다양성 손실 방지와 회복을 위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WWF는 각국의 공약과 실제 행동이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은 물론 티핑포인트를 피하기에도 충분치 않다고 경고했다.
실제 각국은 2024년 10월 21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 전에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맞춰 국가 계획(NBSAPs)을 개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받은 바 있다. 그러나 10월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96개국 중 34개국만 마감일까지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8월 NBSAPs 제출을 완료했다. 하지만 WWF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관련한 15번 목표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현재 상태를 고려한 목표가 명시되지 않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가재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지구 생명 보고서의 공동 연구를 수행한 앤드루 테리 런던동물학회(ZSL) 자연보전·정책국장은 “지구 생명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개체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생물다양성 감소는 자연을 티핑포인트로 내몰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으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자연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행동과 의지”라고 강조했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한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 상위 8위 국가로, 한국 정부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며 “앞으로 5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