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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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29)는 한 국내 패션 쇼핑몰에서 산 옷이 알리익스프레스에 ‘반값’에 올라온 걸 알고 환불을 요청했다. 중국산 의류를 국내에 들여와 태그를 교체해 파는 ‘택갈이’ 상품이었던 것이다. 김씨는 “쇼핑몰을 믿고 국내 제조 상품이라고 생각해 구매했는데 속은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접수된 의류 관련 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늘어난 809건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의류 태그를 국내 브랜드로 바꿔 단 택갈이 관련 상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등에서 판매하는 일부 의류 태그에는 ‘한국 및 중국 병행’이라는 표기가 돼 있다. 일반 수입업자가 별도 경로로 옷을 들여온다는 뜻으로 중국산을 의미하지만 브랜드만 본 소비자는 중국산임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택갈이 과정에서 옷값은 최소 두 배 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배송비 없이 살 수 있는 2만원짜리 원피스가 한국 플랫폼에선 버젓이 4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했다.

택갈이가 만연한 이유는 중국산 의류를 중개 판매하는 게 새로 의류를 제조해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어서다. 신상 티셔츠 한 종류를 동대문에서 만들려면 최소 30장을 주문해야 하고 디자인 및 샘플 제작, 원단 비용 등을 합쳐 수십만원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중국산 의류를 택갈이 하면 1장도 판매할 수 있다. 김태완 한국패션산업협회 과장은 “택갈이는 국내 봉제산업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부정한 경쟁인데, 불법성이 명확지 않아 단속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택갈이 판매자는 중국산 의류를 소비 트렌드에 맞춰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것이며 의류 도소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한 판매자는 “국내에 없는 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비싸게만 팔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들도 택갈이를 최대한 잡아내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 카피인지, 중국산을 택갈이 한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택갈이는 국내산을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하는 기망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저품질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의류 유통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정희원/김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