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소외 동포
필자가 2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온 해외입양인단체가 있다. 해외입양인이 정기적으로 자신들의 삶과 한국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여는데, 최근 개최된 세미나에서 신선한 주제를 다뤄 직접 참석했다. 주제는 해외입양인 2세로서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현행 국적법은 해외입양인에게 취업비자 취득과 국적 회복에서 다른 외국인에 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필자로선 항상 뿌듯한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사실상 강제적 디아스포라를 경험했고, 6·25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도 ‘해외 입양’이라는 또 하나의 디아스포라를 경험했다. 디아스포라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흩어짐’ 또는 ‘분산’을 의미한다. 현대적으로는 특정 민족이나 문화적 집단이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흩어져 사는 상황을 지칭한다. 나라별 디아스포라 인구인 재외동포의 절대적 규모를 살펴보면 인도가 약 1800만 명(약 1.29%)으로 1위며, 그 뒤로 멕시코(1150만 명, 9%), 러시아(1100만 명, 7.53%), 중국(1000만 명, 0.71%) 등 순이다.

우리의 경우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인구가 약 750만 명으로 추정되며, 본국 인구 대비 디아스포라 비율은 약 14.7%로 앞서 언급한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때마침 지난해 재외동포청을 구성하고, 올초 재외동포 경제인 네트워크 구축, 취약동포 보듬기 등을 골자로 한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예보도 이런 정부 기조에 맞춰 사회공헌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 거주 재외동포 중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고려인 등 소외동포를 지원한다. 작년에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수행하는 탈북 청년의 정체성 확립과 남북 청년 간 융화사업을 지원하고, 민간 비영리법인 아시아발전재단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귀환한 고려인의 국내 정착을 도왔으며, 정체성 확립 및 사회통합 촉진을 위한 지원 사업을 했다.

올해는 대한적십자사 산하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서 추진하는 고령의 사할린 동포 정서 안정, 생활편의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보는 원폭피해동포 등 우리 역사의 격랑 속에서 고통을 겪은 소외동포를 세심하게 보살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소외된 재외동포를 돌보는 일은 해외입양인 등 재외동포에 대한 민간 안전망으로 작용해 그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줄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력에 걸맞게 좀 더 포용적인 사회로 진화하면서 응당 가야 할 길이다. 우리 미래 경제의 걸림돌인 인구 소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