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관련 자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전쟁 특수’를 누려온 방위산업주가 최고가를 다시 쓰고, 원유 가격 상승으로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방산과 에너지 관련주를 늘리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나눠 담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중동發 불똥 막을 방패는…방산株·에너지 ETN·金

“중동 무기 수요 지속”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형 방산업체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주가는 이달 13.51~20.03% 상승했다. 지난 7일 LIG넥스원(24만5000원),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36만4500원), 이날 현대로템(6만2000원)이 연달아 사상 최고 종가를 경신했다. 이들 종목을 두루 담은 ‘SOL K방산’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6.7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고점을 기준으로 조정세인 해운주도 다시 꿈틀대는 분위기다. 이날 HMM(2.19%) 대한해운(1.67%) 팬오션(0.97%) 등이 상승세를 탔다.

방산주 강세는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유엔군 철수 요구,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포대 이스라엘 본토 파견 결정이 쏟아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태 종결 명분은 부족한 반면 헤즈볼라 공격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지율은 반등한 상태”라며 “4분기 지정학적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대장주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10일엔 교보증권(43만3000원)과 NH투자증권(42만5000원)이 40만원 이상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폴란드 ‘K9’ 1차 사업, 내년 이집트 K9, 2026년 호주 ‘레드백’ 등으로 꾸준한 성장성이 확인됐다”며 “기존 사업 종료에 따른 매출 감소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의 수요 증가가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도 유가와 해상 운임을 끌어올릴 수 있어 해운·석유주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는 분석이다.

자산 분배, 금 10%도 ‘유효’

에너지 ETN 수익률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상승과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들이 수익률 상위 10위권을 점령했다. 이달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C’(28.2%)를 비롯해 대신증권, 메리츠증권의 비슷한 상품 수익률이 모두 20%를 넘겼다. ‘한투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20.73%)을 포함한 원유 선물 ETN 역시 같은 기간 20% 내외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 우려에 따른 공급 차질이 근월물 위주로 ETN 수익률에 반영 중”이라며 “반면 미국에 기초자산을 둬 지정학적 공급 차질 문제가 적은 천연가스 ETN은 최근 미 허리케인 상륙 영향과 함께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져 낙폭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양안 갈등 고조까지 감안해 안전자산인 금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2678.15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까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동시다발적 확대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의 10%는 금을 담고 리스크를 헤지(회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