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가 급증하면서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1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3.6%에 해당하는 156조400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5.9%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여러 경영권 분쟁 때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았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사장 등 모녀 측 손을 들어줘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 간 통합에 힘을 실어줬다. 결과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이겼지만 중요한 변곡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려아연 분쟁에서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터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임원 인사 등 개별 경영 사안에도 과거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2022년 말 KT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제동을 걸었고 올초에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를 향해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연금 개혁안이 실행되면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2062년 5000조원으로 확대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현재 비중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680조원까지 늘어난다. 현재보다 약 4.3배 커지면서 대다수 상장사의 주요 주주로 떠오른다.

한 연기금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에서 주주권 행사를 담당하는 운용역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며 “운용 인력을 보강해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기업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분석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류병화/박종관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