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악동'에서 Z세대 '핫템'으로 부활한 아베크롬비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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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외모 차별에 인종 차별까지 일삼던 '문제아'에서 젊은 소비자들의 '핫템'(인기품목)으로 거듭난 미국 패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 얘기다.
'차별이 정체성'이라는 오명으로 철저하게 소비자들로부 외면받던 아베크롬비는 불과 몇년 새 한번쯤 걸쳐보고 싶은 힙한 패션 브랜드로 환골탈태했다. 제품군에서부터 타깃 고객층까지 '다 바꿔야 산다'는 과감한 경영 혁신이 한물 간 패션 브랜드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다.
올 10월 들어 아베크롬비 주가는 149달러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초만 해도 아베크롬비 주가는 54.47달러에 머물렀다. 그런 아베크롬비 주가가 올 5월 말엔 196.99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월가의 애널리스트 2명 중 1명꼴로 아베크롬비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 주가는 186.43달러다. 지금보다 주가가 20% 가량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널리스트들은 확대하고 있는 아베크롬비의 수요자층, 마케팅과 상품군 개선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을 호평하고 있다.
아베크롬비의 실적도 이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아베크롬비의 매출은 37억달러였다. 올해는 16% 뛴 42억8000만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오는 2025년엔 48억5000만달러로 더 증가해 사상 첫 50억달러를 눈앞에 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덩치만 커진 건 아니다. 내실도 탄탄해지고 있다. 지난해 9265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아베크롬비의 영업이익은 올해 423% 불어난 4억8467만달러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2025년에도 이같은 추세를 이어가 전년 대비 48% 껑충 뛴 7억1575만달러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해외 매체들도 너나없이 아베크롬비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최근 올 들어 가장 매력적인 투자 종목으로 아베크롬비를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보다 크게 터진 아베크롬비'라는 주제로 그간 실패와 성공 스토리를 조명하기도 했다.
당시 이런 마케팅을 이끌던 마이크 제프리스 아베크롬비 최고경영자(CEO)는 "괜찮은 외모의 소비자만 우리 옷을 입길 원한다"고 까지 말했다. 체구가 큰 여성이나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에프소드가 확산하면서 2016년엔 결국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브랜드'로 선정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판매 거부 움직임이 늘었고, 아베크롬비는 공식 사과까지 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선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았고 SPA(제조·직매형 의류)가 급부상하면서 아베크롬비는 실적이 고꾸라졌다. 외모·종교·인종 차별 등을 일삼는 아베크롬비에 오랜 소비자들마저 등을 돌렸다.
경영진은 결국 매각까지 고려했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아베크롬비를 선뜻 매수하겠단 기업은 없었다. 고심하던 아베크롬비는 자체적인 자구안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2017년 그간 최고상품책임자(CPO)로 일해온 프랜 호로위츠를 CEO로 내부 승진시켰다. 호로위츠는 CEO는 취임 직후 지체없이 조직과 브랜드 이미지 대변신에 나섰다. 차별성으로 대표되던 아베크롬비의 색깔을 바꾸기 위해 포용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모든 인종과 성별을 위한 패션이라는 타이틀을 새롭게 꺼내들었다.
호로위츠 CEO는 경쟁사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고민한 뒤 아베크롬비 매장의 분위기를 싹 바꿨다. 시끄러운 음악과 과한 향을 없애고 외모를 중시해던 뽑던 직원 채용 방식도 개편했다. 아베크롬비 옷만 입어야 했던 매장 직원 복장 규정을 없애고, 근육을 강조하는 과도한 노출 위주의 마케팅도 멈췄다.
상품군에도 큰 변화를 줬다. 무늬가 없는 티셔츠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쟈켓 위주로 핵심 상품군을 추렸다. 저가 웨딩드레스와 잠옷 부문에도 발을 들여 고객층도 20~40대로 확대했다. 호로위츠 CEO는 지역, 성별, 나이대 등에 맞춰 고르게 매출을 늘리는 균형적인 성장에 경영 우선순위를 뒀다.
포브스는 "아베크롬비가 호로위츠 CEO의 리더십, 제품군 간소화와 마케팅 변화, 사이즈 다변화와 디자인 개선 등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패션업계에서도 "실적 악화와 최악의 평판을 딛고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긍정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BBC는 "1990년대의 부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CNBC는 "맹렬한 성장세가 둔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변수들도 있다. 패션업의 특성상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공급망 이슈들이 아베크롬비의 승승장구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호로비츠 CEO는 최근 "불확실한 시기에도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차별이 정체성'이라는 오명으로 철저하게 소비자들로부 외면받던 아베크롬비는 불과 몇년 새 한번쯤 걸쳐보고 싶은 힙한 패션 브랜드로 환골탈태했다. 제품군에서부터 타깃 고객층까지 '다 바꿔야 산다'는 과감한 경영 혁신이 한물 간 패션 브랜드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다.
1년간 주가 138.76% 급등
뉴욕 증시에 아베크롬비 주가는 최근 1년간 138.76% 뛰었다. 올 들어서만 봐도 64.63% 급등했다. 인수합병(M&A)이나 지분 매각, 대규모 구조조정 등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이처럼 주가가 급등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올 10월 들어 아베크롬비 주가는 149달러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초만 해도 아베크롬비 주가는 54.47달러에 머물렀다. 그런 아베크롬비 주가가 올 5월 말엔 196.99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월가의 애널리스트 2명 중 1명꼴로 아베크롬비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 주가는 186.43달러다. 지금보다 주가가 20% 가량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널리스트들은 확대하고 있는 아베크롬비의 수요자층, 마케팅과 상품군 개선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을 호평하고 있다.
아베크롬비의 실적도 이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아베크롬비의 매출은 37억달러였다. 올해는 16% 뛴 42억8000만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오는 2025년엔 48억5000만달러로 더 증가해 사상 첫 50억달러를 눈앞에 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덩치만 커진 건 아니다. 내실도 탄탄해지고 있다. 지난해 9265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아베크롬비의 영업이익은 올해 423% 불어난 4억8467만달러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2025년에도 이같은 추세를 이어가 전년 대비 48% 껑충 뛴 7억1575만달러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해외 매체들도 너나없이 아베크롬비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최근 올 들어 가장 매력적인 투자 종목으로 아베크롬비를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보다 크게 터진 아베크롬비'라는 주제로 그간 실패와 성공 스토리를 조명하기도 했다.
빛발한 '호로위츠 리더십'
창업한 지 130년이 된 아베크롬비는 아웃도어 용품점에서 시작했다. 등산·낚시·캠핑 용품을 판매하면서 차차 업계 인지도를 높였다. 미국 소설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베크롬비 쟈켓을 애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베크롬비는 캐주얼 브랜드를 표방하면서 1990년~2000년대 초반까지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 외모와 인종차별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비자 계층을 갈라 아베크롬비 충성 고객을 늘리려는 시도였지만 반응은 싸늘했다.당시 이런 마케팅을 이끌던 마이크 제프리스 아베크롬비 최고경영자(CEO)는 "괜찮은 외모의 소비자만 우리 옷을 입길 원한다"고 까지 말했다. 체구가 큰 여성이나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에프소드가 확산하면서 2016년엔 결국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브랜드'로 선정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판매 거부 움직임이 늘었고, 아베크롬비는 공식 사과까지 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선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았고 SPA(제조·직매형 의류)가 급부상하면서 아베크롬비는 실적이 고꾸라졌다. 외모·종교·인종 차별 등을 일삼는 아베크롬비에 오랜 소비자들마저 등을 돌렸다.
경영진은 결국 매각까지 고려했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아베크롬비를 선뜻 매수하겠단 기업은 없었다. 고심하던 아베크롬비는 자체적인 자구안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2017년 그간 최고상품책임자(CPO)로 일해온 프랜 호로위츠를 CEO로 내부 승진시켰다. 호로위츠는 CEO는 취임 직후 지체없이 조직과 브랜드 이미지 대변신에 나섰다. 차별성으로 대표되던 아베크롬비의 색깔을 바꾸기 위해 포용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모든 인종과 성별을 위한 패션이라는 타이틀을 새롭게 꺼내들었다.
호로위츠 CEO는 경쟁사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고민한 뒤 아베크롬비 매장의 분위기를 싹 바꿨다. 시끄러운 음악과 과한 향을 없애고 외모를 중시해던 뽑던 직원 채용 방식도 개편했다. 아베크롬비 옷만 입어야 했던 매장 직원 복장 규정을 없애고, 근육을 강조하는 과도한 노출 위주의 마케팅도 멈췄다.
상품군에도 큰 변화를 줬다. 무늬가 없는 티셔츠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쟈켓 위주로 핵심 상품군을 추렸다. 저가 웨딩드레스와 잠옷 부문에도 발을 들여 고객층도 20~40대로 확대했다. 호로위츠 CEO는 지역, 성별, 나이대 등에 맞춰 고르게 매출을 늘리는 균형적인 성장에 경영 우선순위를 뒀다.
포브스는 "아베크롬비가 호로위츠 CEO의 리더십, 제품군 간소화와 마케팅 변화, 사이즈 다변화와 디자인 개선 등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패션업계에서도 "실적 악화와 최악의 평판을 딛고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긍정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BBC는 "1990년대의 부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CNBC는 "맹렬한 성장세가 둔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변수들도 있다. 패션업의 특성상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공급망 이슈들이 아베크롬비의 승승장구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호로비츠 CEO는 최근 "불확실한 시기에도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