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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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업체에 직접 투자한다. 원전 없이는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SMR 시장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원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14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SMR 개발 업체 카이로스파워와 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구글이 2030년을 목표로 건설 중인 카이로스파워의 첫 번째 SMR 건설에 투자하고, 해당 원자로가 가동을 시작하면 50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을 구매한다는 게 핵심이다.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나 구조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이 원전 계약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AI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며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그동안 미국 전력 회사들은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하지만 ‘탈(脫)탄소화’를 내세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천연가스 발전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을 내세운 기업 목표와 상충하는 것을 우려해왔다. 마이클 터렐 구글 에너지·기후 부문 선임이사는 “원자력이 전력 수요를 24시간 내내 충족시킬 수 있는 청정 전력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구글은 원전을 ‘청정에너지 공급원’으로 규정했다. 태양열과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설비 가동률이 불안정한 만큼 원전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로버트 에클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포브스에 올린 기고문에서 “원자력은 탈탄소 기저부하 전력을 제공하고,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해 필요한 부지 면적이 작으며 발전소 수명이 두 배 이상 길다”고 밝혔다. 실제 원자력의 설비 가동률은 92%로, 풍력(37%)·태양광(27%)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천연가스(55%)·석탄(54%) 등 화력 발전보다도 높다.

SMR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미국 원전 1위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MS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1979년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 재개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탈렌에너지가 운영하는 원전에서 발전하는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원전과 연결된 데이터센터도 인수했다. 오픈AI는 2027년부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SMR 스타트업 오클로가 개발 중인 SMR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