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판 K-드라마 '마이 선샤인'. /사진='마이 선샤인' 각본 겸 주연 케미 이쿠세둔 인스타그램
나이지리아판 K-드라마 '마이 선샤인'. /사진='마이 선샤인' 각본 겸 주연 케미 이쿠세둔 인스타그램
긴 레게머리를 한 나이지리아 여학생 두 명이 수다를 떨며 등교한다. 이들의 대사에서는 "대박", "근데"와 같은 익숙한 한국어가 들린다.

선생님들은 서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교장 선생님은 "한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두 K-드라마로부터 영감을 받아 나이지리아에서 제작된 영상 '마이 선샤인, 나의 햇살'(이하 '마이 선샤인')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총길이 1시간 15분짜리의 이 영상에서는 한국어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사진=유튜브 'kemz mama' 캡처
/사진=유튜브 'kemz mama' 캡처
해당 드라마에서는 영어, 요루바어(서아프리카 서남부 언어), 한국어가 섞여 나온다. 학교에서의 대화 속 추임새는 대부분 한국어다. "앗싸", "어떡해", "빨리"와 같은 표현들이 자주 쓰인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글도 발견할 수 있다. 학교 게시판에는 '학교 발표(프롬)'라는 공지문이 붙어 있고, 한 남학생은 티셔츠에 'PROM 같이 갈래'라고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쓴 뒤 여주인공에 다가가 고백한다.

K-드라마가 떠오를 법한 줄거리도 인상적이다. 주인공 카리스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운 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돼 나이지리아 있는 한국 학교인 세인트폴 바티스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여기서 잘생기고 인기 많은 부잣집 자제 제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다정한 남학생과의 삼각관계도 빠지지 않는다.

상류층 학교에 다니게 된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 돈 많고 잘생긴 남주인공 클리셰(Cliché·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는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 '꽃보다 남자' 등을 연상케 한다.

남녀 주인공의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는 '유어 마이 선샤인' 번안곡이 흘러나온다.

이 영상은 나이지리아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인 JJC 스킬즈가 연출했고, 나이지리아 배우 겸 크리에이터 케미 이쿠세둔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다.

현지 언론은 "한국어를 합친 최초의 나이지리아 영화"라고 평가했다. 나이지리아 영화와 한국 문화의 혁신적인 융합이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K-드라마 팬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유튜브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이 영상은 15일 기준 60만9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