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도 '규모의 경제'…초거대농장의 습격 [원자재 포커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기업형 농장이 올리브 생산에 뛰어들며 소규모 농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리브 주요 생산지인 남부 유럽이 가뭄을 겪으며 올리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대형 농장은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및 이탈리아 등에서 대규모 관개 시설과 수확 기계를 활용해 '초집약적'으로 운영되는 올리브 농장의 토지가 크게 늘었다.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수출국인 스페인에서 지난 20년간 대형 올리브 농장은 경작지 면적의 7%,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초집약적' 대형 농장이 많이 늘어난 이유로는 전통적인 농장에 비해 10배가 넘는 압도적인 생산성이 꼽힌다. 스페인의 전통적인 올리브 농장은 평균적으로 헥타르당 80~120그루의 나무를 재배한다. 반면, 초집약적 농장은 헥타르당 800~2000그루에 달하는 작은 나무를 재배해 생산성을 크게 높인다. 생산량도 차원이 다르다. 전통적인 농장은 헥타르당 평균 500~850㎏의 올리브유를 생산하나, 이 농장에서는 1200㎏을 생산한다. 생산 비용도 확 낮췄다. 전통 농장의 생산 비용은 올리브유 1㎏당 3.8유로지만 대형 농장의 경우 그 절반에 불과하다.

기업형 농장주들이 올리브 농사에 뛰어드는 추세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올리브유 생산국인 이탈리아에서는 기업형으로 농장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스페인에 비해 더디지만, 최근 사모펀드와 와인 산업에서 명망 있는 가문들이 자본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올리브 재배를 위한 토지는 전체 올리브 재배 면적 100만헥타르 중 약 1.5%에 불과한 1만5000헥타르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 세계 올리브유 거래 가격 / 자료=미국 중앙은행 경제연구소(FRED)
전 세계 올리브유 거래 가격 / 자료=미국 중앙은행 경제연구소(FRED)
최근 2년간 올리브 가격의 급등세도 대형 투자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 경제연구소(FRED)에 따르면 지난달 올리브유는 미터톤당 8923달러에 거래됐다. 9300달러 선에서 거래된 전년 동기보다는 소폭 내린 값이지만 2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2022년 9월 올리브유 거래 가격은 4316달러에 불과했으나 올리브 주요 생산지에 폭염과 산불, 가뭄이 발생한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올리브유 회사 아테나의 최고경영자(CEO) 부첼레티는 "조만간 초고밀도 농장이 다가올 것"이라며 "기존 방식으로 올리브를 재배하는 데에는 더 이상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첼레티 CEO는 "노동력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만큼 올리브 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수확할 사람이 없다면 올리브는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FT는 소규모 농장들은 속도나 수확량 면에서 기업형 농장과 경쟁하기보다는 품질 향상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내 소규모 협동조합, 대학 등과 협업해 올리브유 품질을 연구하거나, 지역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등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