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떠난 화물차 중대재해도 경영책임자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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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건설공사 등 작업현장에는 공사자재를 실은 화물자동차나 지게차, 굴착기 등 대형장비가 수시로 드나든다. 법률 용어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또는 차량계 건설기계’로 불리우는 이러한 기계들은 특정 장소에 계속 머무는 상태로 작업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소로 이동하여 관련 작업을 끝낸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며,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해야 하고,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되는 등 산업안전 관련 법령상 여러가지의 안전보건 조치의무가 규정되어 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39조, 제172조 등).
그런데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이 작업 장소로 이동하거나 작업을 마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만 하는가?
작업 전후의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외관상 작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보이므로 형사책임을 져야 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아래와 같은 판결의 태도를 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과 관련된 중대재해에 대해 반드시 형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도19611 판결은 도급인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에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해당 작업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한 경로 및 이동방법에 관한 위험 예방대책을 수립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5988 판결은 사업주가 근로자가 차량계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안되는 의무를 부담하거나 유도자를 배치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울산지방법원 2024. 2. 15. 선고 2023고단1020 판결은 “피고인은 굴착기를 운전하여 이동 중이었을 뿐이지,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그 본래의 용법에 따라 작업했던 것은 아니어서, 이 사건 통로가 굴착기를 작업하는 장소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정한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근로자가 굴착기에 부딪칠 위험이 있는 이 사건 통로에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유도자를 배치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위 판결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관한 판결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이 인정되려면 중대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인정되어야 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인정 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위 판결들의 취지에 따르면 지게차나 화물차가 작업현장에서 공구나 자재를 하역하거나 굴착기가 땅을 파는 등 그 본래의 용법에 따른 작업을 하던 중이 아니라 작업 전후로 이동 중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기 어렵고, 더 나아가 2차적 인과관계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책임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판례는 자동차가 하역업무 등 본래의 용법에 따른 작업이 아닌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통사고로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위하여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피해자를 들이받은 경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3. 12. 5. 선고 2013고단1280 판결), 근로자의 통행이 빈번한 사업장 내 도로에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피해자를 충돌한 사안(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4. 1. 9. 선고 2022고단2695 판결) 등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이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만 기소되어 판결이 선고되었다.
안전보건규칙도,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 부과된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등에 대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도 ‘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2호),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 등’에 관한 작업계획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 외에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이동경로 및 이동방법, 도로주행 중 발생하는 위험예방대책에 관하여서는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위 대법원 2017노2350 판결, 안전보건규칙 별표4).
결국 위 판결들의 취지와 관련 규정을 고려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의무들은 작업이 실제 이루어지는 장소를 전제로 부과된 것이고, 해당 장비들의 용법에 따른 작업과 무관하게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에까지 그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며,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해야 하고,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되는 등 산업안전 관련 법령상 여러가지의 안전보건 조치의무가 규정되어 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39조, 제172조 등).
그런데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이 작업 장소로 이동하거나 작업을 마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만 하는가?
작업 전후의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외관상 작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보이므로 형사책임을 져야 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아래와 같은 판결의 태도를 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과 관련된 중대재해에 대해 반드시 형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도19611 판결은 도급인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에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해당 작업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한 경로 및 이동방법에 관한 위험 예방대책을 수립할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5988 판결은 사업주가 근로자가 차량계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안되는 의무를 부담하거나 유도자를 배치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울산지방법원 2024. 2. 15. 선고 2023고단1020 판결은 “피고인은 굴착기를 운전하여 이동 중이었을 뿐이지,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그 본래의 용법에 따라 작업했던 것은 아니어서, 이 사건 통로가 굴착기를 작업하는 장소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정한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근로자가 굴착기에 부딪칠 위험이 있는 이 사건 통로에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유도자를 배치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위 판결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관한 판결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이 인정되려면 중대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인정되어야 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인정 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위 판결들의 취지에 따르면 지게차나 화물차가 작업현장에서 공구나 자재를 하역하거나 굴착기가 땅을 파는 등 그 본래의 용법에 따른 작업을 하던 중이 아니라 작업 전후로 이동 중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기 어렵고, 더 나아가 2차적 인과관계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책임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판례는 자동차가 하역업무 등 본래의 용법에 따른 작업이 아닌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통사고로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위하여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피해자를 들이받은 경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3. 12. 5. 선고 2013고단1280 판결), 근로자의 통행이 빈번한 사업장 내 도로에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피해자를 충돌한 사안(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4. 1. 9. 선고 2022고단2695 판결) 등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이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만 기소되어 판결이 선고되었다.
안전보건규칙도,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 부과된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등에 대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도 ‘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2호),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 등’에 관한 작업계획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 외에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의 이동경로 및 이동방법, 도로주행 중 발생하는 위험예방대책에 관하여서는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위 대법원 2017노2350 판결, 안전보건규칙 별표4).
결국 위 판결들의 취지와 관련 규정을 고려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의무들은 작업이 실제 이루어지는 장소를 전제로 부과된 것이고, 해당 장비들의 용법에 따른 작업과 무관하게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에까지 그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