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구로구청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한 문헌일 구청장. / 사진=한경DB
지난 2월 서울 구로구청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한 문헌일 구청장. / 사진=한경DB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국민의힘 소속)이 16일 취임 2년 만에 자진해서 사퇴한다. 자신 소유 회사의 170억원어치 주식 백지신탁과 관련된 행정소송 2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구로구 등에 따르면 문 구청장은 이날 오전 구 간부회의에서 16일자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구청장의 입장에 대해선 내일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구청장은 2023년 3월 본인이 설립·운영해온 ㈜문엔지니어링 주식 4만8000주에 대해 정부가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백지 신탁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사적 이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문엔지니어링은 문 구청장이 구로구 G밸리에서 1990년부터 운영하며 키워온 회사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이긴 문 구청장은 이후에도 회사 주식 4만8000주에를 처분하지 않고 있다가 이듬해 3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백지신탁 결정 처분을 받았다.

문 구청장은 소송 과정에서 ”회사 정관을 바꾸고 (회사의) 본점을 구로가 아닌 금천구로 이전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직무관련성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구청장 지위에서 행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에 관한 업무를 통해 회사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고 대법원 판결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실시될 전망이다. 그때까진 엄의식 부구청장이 구청장 직무대행을 맡아 구정을 이끈다. 차기 청장 후보로는 3선의 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민주당·구로2) 등이 거론된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