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한국을 민주주의와 포용적인 경제 제도로 경제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들 경제학자가 국가 간 경제 발전의 격차로 이어진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차이를 연구한 것을 수상 이유로 설명했다.

○“남과 북, 한때 동등한 수준”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같은 대학 사이먼 존슨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14일(현지시간)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경제 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포괄적 경제 제도는 안전한 재산권이나 기회균등, 공정한 경쟁 환경을 지지하는 것들을 갖추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교육과 공공 인프라, 적절한 종류의 규제 수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발언권을 갖고 권력이 동등하게 분배되는 것이 포용적인 정치 제도”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정치·경제 제도가 포괄적 경제 제도·포용적 정치 제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아제모을루 교수는 “남·북한은 나라가 분단되고 제도 면에서 갈라지기 전에는 경제가 동등한 수준이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규모 면에서) 10배 이상의 차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발전은 쉬운 것은 아니다”며 “한국은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하게 시작한 한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성장과 민주화 노력을 통해 놀라운 업적을 이뤘다”며 “한국이 걸어온 길은 우리의 (연구) 작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의 고령화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용·개방적인 국가 전환 이뤄”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또 다른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이날 A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제모을루 교수와 의견의 맥을 같이했다. 그는 “비교적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나라들이 (경제적인) 전환을 이뤘다”며 “현대 세계에서는 한국 대만 모리셔스에서 이런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주와 멕시코 소노라주에 걸쳐 있는 노갈레스라는 도시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 노갈레스는 비교적 잘살고 평균수명도 긴 편이며, 대부분의 아이가 고교를 졸업할 만큼 교육 수준도 높다”며 “반면 남쪽으로 국경을 넘어 멕시코 노갈레스 주민은 훨씬 더 가난하고, 범죄 조직과 부정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은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수출지향적 경제 덕에 경쟁이 이뤄지면서 효율화를 달성해왔다”며 “지난 50년간 성공적이던 경제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