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프트웨어 기업 A사는 한 직원이 퇴사 직전에 쓴 고발성 블라인드 글이 인터넷에 퍼져 곤욕을 치렀다. 해당 글이 사실이냐는 고객사의 문의가 빗발쳤다. A사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퇴사 과정에서 회사에 서운했던 점들이 외부에 잘못 전달되면서 진땀을 뺐다”고 토로했다.

"블라인드에 말 나올라"…이직·퇴사 늘더니 기업들 달라졌다
직원들의 퇴사 과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오프보딩’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오프보딩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인적관리(HR) 스타트업 캔디데이트는 15일 기업의 행정적, 감정적 퇴사 업무를 지원하는 오프보딩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단순 서류 처리부터 비자발적 퇴사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회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퇴사자의 감정을 보호할 수 있는지 템플릿을 제공한다.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협업자를 초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평생 직장 개념이 흐려지고 이직과 퇴사가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퇴사 절차가 부실하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다. 퇴사자가 중요한 데이터를 갖고 나가는 사례도 있다. 업계 평판이나 남은 동료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HR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은 신규 직원들이 회사에 적응하도록 돕는 온보딩에만 신경 썼지 떠나는 사람들은 나 몰라라 했다”며 “이젠 퇴사자를 회사의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엔 퇴사자가 재직자들에게 퇴사 리뷰 메일을 쓰는 절차가 있다. 직속 상사 또는 인사팀과 상의해 회사를 떠나는 이유,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아쉬운 점을 작성하고 여기에 상사가 떠나보내는 입장을 추가해 재직자에게 송신한다.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사와의 오해가 풀려 퇴사를 번복하는 사례도 자주 생긴다.

도요타, 파나소닉, 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대기업들은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퇴사자들과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다. ‘알룸나이(졸업생)’ 제도를 운용해 퇴사자를 다시 고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회사 밖의 세계를 경험한 ‘컴백 직원’은 조직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의견을 던질 수 있는 고급 전력이 되기 때문이다.

오프보딩을 지원하는 전용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HR 솔루션 클랩은 퇴사 의향을 밝힌 직원들과의 정기 면담 프로세스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피드백 등을 상사에게 제안해준다.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은 감원을 실시한 기업의 직원들이 빠르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역채용 매칭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