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공약을 내놨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흑인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여론 조사가 발표된 이후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간 ‘집토끼’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다.

'집 나간 집토끼'에 당근책…해리스, 흑인男 구애 공약
1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해리스 캠프는 흑인 남성을 주 수혜 대상으로 삼은 공약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아젠다’를 발표했다. 낙후지역 기업가들에게 2만달러까지 탕감받을 수 있는 대출 100만 건 제공,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흑인 운영 기업의 신(新)산업 접근 기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흑인들의 암호화폐산업 접근권 강화, ‘겸상 적혈구 빈혈’ 등 흑인 남성 발병 비율이 높은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 정책 구상도 포함했다. 캠프 관계자는 “흑인 남성들이 집을 사고 가족을 부양하며 사업 진행과 부 축적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구체적인 의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공약 발표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층의 결집력이 이전 대선 대비 약화했다는 최근 여론조사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흑인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국 전체 유권자의 약 14%에 달하는 흑인 유권자층은 든든한 텃밭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공개한 여론조사(9월 29일~10월 6일 실시)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78%는 해리스 부통령을, 15%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의 90%가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것과 비교하면 지지율 하락이 뚜렷해졌다.

특히 흑인 남성의 표심 이반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여성의 83%가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흑인 남성은 70%만이 지지한다고 답했다. 더힐은 “새로운 공약들은 흑인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해리스 부통령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주말(12~13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해 흑인 지도자들을 만난 것에 이어 이번주엔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기업가들과 만날 예정이다. 미국 주요 언론 중 가장 친(親)트럼프적 성향을 보이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도 앞두고 있다. 폭스뉴스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인터뷰에 동의했으며 인터뷰는 16일 녹화 방송된다고 발표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