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도 아파트와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간 인기가 극명하게 차이 난다. 아파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면서 3개월 연속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상승했다. 이와 달리 빌라 매물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신규 경매 신청 증가와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에 따른 수요자 외면 등으로 유찰이 거듭된 데 따른 적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경매 찬밥신세' 빌라, 응찰자 없어 매물 '산더미'
15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94.3%였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속에서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5월 이후 4개월 연속 90%대를 유지했다.

서울 빌라 경매 물건은 매달 쌓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월 500~600건에 그친 빌라 경매 물건(입찰 건수)은 올 들어 두 배가 넘는 월 1200~1500건에 육박했다. 지난달 전체 서울 빌라 응찰자는 평균 3.48명으로 전달보다 0.2명 감소했다. 신규 경매 신청은 늘고 있지만 경매 수요 부족으로 유찰이 반복되면서 경매 물건이 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빌라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전셋값이 상당액 올라야 하는데 전세보증 요건이 강화돼 그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공시가격 5억원 이하, 전용면적 84㎡ 이하 빌라 한 채는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등 정책적 호재도 있는 만큼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살아나면 빌라가 사회 초년생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