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이 ‘솜방망이’ 제재 규정을 악용해 세금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한경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응하지 않은 외국계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2건에 6600만원이었다. 2019년 116건에 21억800만원과 비교하면 건수는 98%, 액수는 96% 줄었다.

현행 국세기본법엔 국세청의 질문·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과세 자료 제출을 기피하는 납세자에겐 최소 500만원,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과태료가 급감한 것은 세무조사에 성실히 임한 외국계 기업이 늘어서가 아니다. 2021년 법원이 ‘하나의 세무조사엔 한 건의 과태료 부과만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려 국세청의 과태료 부과 횟수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로 인해 ‘한국 과세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법인세를 적게 내는 비법’이란 말이 외국계 기업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 A사의 한국지사는 국세청 세무조사 때 해외 본사와의 저작권 및 사용권 계약서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자료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다른 해외 정보기술(IT) 기업 B사는 국세청의 자료 제공 요청을 6개월간 거부했으며 국세청 조사관과의 면담 및 해외 본사와의 화상 회의도 피했다. 그래봤자 과태료가 500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자료 제출 거부는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 회피 의혹으로 이어진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653억원의 매출에 155억원의 세금을 냈다. 하지만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재무관리학회 연구를 토대로 구글코리아의 실제 매출이 12조1350억원에 이르며 법인세는 6299억원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코리아도 지난해 7733억원의 매출에 107억원의 법인세만 냈다.

외국계 기업을 핍박해서도 안 되지만 국내 세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미국은 세금 관련 자료를 안 냈다가는 세금 소멸 시효가 사실상 중단된다. 영국은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고, 독일은 불응 정도에 따라 비례적 제재를 가한다. 당국의 법령 재정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