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지난 14일 마무리되면서 이제 시장의 눈과 귀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집중되고 있다. 오는 23일 끝나는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MBK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전략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최 회장이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한 만큼 청약이 많으면 MBK연합 지분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고, 청약이 적으면 MBK가 추후 장내매수 등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 측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딜레마' 빠진 최윤범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진행하고 있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 있는 주식 유통물량은 1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 연합(38.47%), 최 회장 측(34.05%) 지분에서 자사주 및 재단(2.44%), 국민연금 보유지분(7%), 상장지수펀드(ETF)·패시브 펀드 등(3~4%)을 제외한 수치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로 17.5%, 베인캐피탈 자금으로 2.5%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4일 마무리된 MBK연합의 공개매수에 5.34%가 응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능 물량은 12~13% 수준(베인캐피탈 2.5% 제외)으로 축소됐다.

업계에선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이 많을수록 최 회장 측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데다 소각하기로 한 만큼 고려아연이 많이 사들일수록 의결권 있는 지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MBK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올라간다. 고려아연이 유통물량 12~13%를 모두 자사주로 사들일 경우 MBK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45%를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MBK 측의 지분 매수를 막기 위한 카드였지만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이 적은 게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자금여력이 넉넉한 MBK연합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입장에선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라며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연합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지 여부도 변수다. 법원이 자사주 매입을 막을 경우 12~13% 지분을 놓고 양측이 지분 매입 경쟁을 벌여야 한다. 고려아연 지분 7%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행보는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의결권 있는 지분이 줄어들면서 MBK연합이 한결 유리해진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유지한 채 주주총회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MBK연합이든 최 회장 측이든,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승패는 엇갈리게 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