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기업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낸 반도체 부문의 영향이 크지만, 화학 전자장비 등 다른 업종의 전망치도 큰 폭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경기 둔화가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기업 263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금융 관련 업종은 순이익) 전망치 합계는 최근 237조9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0.7% 낮아졌고, 그 이후 최근까지 2.8% 추가 하향 조정됐다.
국내기업 실적 전망 줄하향…반도체 이어 화학·전장도 '울상'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의 실적 컨센서스가 3개월 전부터 최근까지 8.3% 떨어져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최근 삼성전자가 컨센서스에 약 15% 못 미치는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점이 반도체 업종 실적 전망에 영향을 줬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조정받은 업종은 이외에도 많았다. ‘전자 장비 및 기기 업종’이 28.5% 주저앉았고 화학(-26.9%), 미디어(-16.0%), 석유 및 가스(-13.8%), 개인생활용품(-12.6%)도 10% 넘게 떨어졌다.

증권회사들은 상장사들의 내년 실적 전망치도 낮춰 잡고 있다.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260개 기업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최근 298조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0.3% 높아졌지만, 이후 최근까지는 3.9% 내려앉았다. 일반적으로 이듬해 실적에 대해서는 증권가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반도체 및 관련장비(-9.1%)는 물론이고 전자 장비 및 기기(-19.7%), 화학(-18.3%), 에너지 시설 및 서비스(-9.6%), 개인생활용품(-9.0%) 등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체감 경기나 기대를 반영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실제 기업 활동 결과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축되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기대는 높았지만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경기 우려가 커지는 게 대외 상황에 민감한 우리나라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요 배경”이라고 했다.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된 데 따른 실망감은 향후 경기 방향을 보여주는 심리지표의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달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91.2로 집계됐다. 지난 8월 92.5에 이어 석 달 연속 내림세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