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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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되자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16일 오전 9시4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400원(2.3%) 내린 5만9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까지 외국인이 25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를 기록해 외인 최장 기간 순매도 타이를 기록했다. 이날도 장 초반 현재 UBS, JP모건 등 외국계 창구를 통해 매도세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전일 대비 8500원(4.41%) 내린 18만4400원을 기록 중이다.

15일(현지시간) ASML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반도체 생산 장비 주문은 26억유로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53억9000만유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순매출은 75억유로를 기록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내년 실적 전망도 실망스러웠다. ASML은 내년 순매출 가이던스(전망치)로 300억~350억유로를 제시했는데 이는 이전에 내놓은 전망치의 하단에 해당된다. 또 내년 매출 총이익률을 이전에 제시한 54~56%에서 51~53%로 내려잡으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출시가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인공지능(AI)의 강력한 발전과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시장 부문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경기 회복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고객사들의 신중한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최혁 기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최혁 기자
이 같은 실적 발표에 ASML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6%대 급락했다. AI반도체칩 선두주자 엔비디아도 4% 이상 급락하는 등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일제히 얼어붙었다.

ASML의 실적 부진은 미국과 네덜란드의 대중 수출 통제로 중국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네덜란드는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을 발표해 ASML이 일부 구형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해 미국이 아닌 네덜란드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도록 했다. 중국은 여전히 ASML의 최대 시장으로 지난 분기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이날 실적 보고서는 ASML 웹사이트에 발표 예정일보다 하루 빠르게 노출됐다. ASML은 보고서를 곧바로 삭제했지만 세부 사항이 이미 확산한 후였다. 회사는 "기술적 오류로 인해" 실적이 조기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