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한경DB
내 노후자금, 어떻게 굴려야 좋을까.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상품 선택은 큰 고민거리다. 장기적으로 투자했을 때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방법은 없을까. 여러 고민 없이 평생 상품 하나만 운용해도 충분한 투자 방법은 없을까. 연금 운용에 특화된 펀드는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젊을 때는 주식, 중년엔 채권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는 은퇴 예상 시점에 맞춰 펀드 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시간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투자하다가 은퇴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추구한다. 회사별 고유의 ‘글라이드패스’라고 불리는 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자산군 비중을 조절한다. TDF를 찾을 때는 펀드 이름에서 2045, 2055 등 목표 연도(빈티지)를 확인해 자신의 예상 은퇴 시점에 맞는 펀드를 고르면 된다. TDF는 지난 8년간 163배 성장해 운용자산 10조원을 달성하며 퇴직연금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지난 9월 연금운용에 특화된 펀드가 또 하나 출시됐다. 바로 ‘디딤펀드’다. 디딤펀드는 주식,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 펀드라는 면에서 TDF와 동일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전액 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같다.

차이는 뭘까. TDF는 운용 기간 흐름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데, 디딤펀드는 위험자산 비중을 비교적 일정한 범위로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자산배분을 조정한다.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흑백요리사’의 유행어를 차용하자면 디딤펀드는 펀드의 위험 수준이 운용 기간 ‘이븐(even)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이렇게 주식 채권 비중을 일정하게 가져가며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배분을 하는 펀드를 ‘밸런스드 펀드(balanced fund)’라고 부른다.

○ 이름 같아도 운용 방식은 제각각

‘디딤’이라는 명칭은 25개 자산운용사가 공유하는 공동 브랜드다. 하지만 운용사마다 디딤펀드를 굴리는 방식은 다르다. 목표 위험 관리에 집중하는 펀드도 있고, 빅테크 기업 투자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장지수펀드(ETF)로 하는 자산배분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펀드도 있다.

펀드별로 50% 한도 내에서 위험자산 목표치를 설정하는 만큼 관심 있는 디딤펀드가 정확히 어떤 콘셉트로, 어느 정도 위험 수준으로 운용되는지 펀드 투자설명서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TDF와 디딤펀드 중 하나만 고른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우열은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의 존 쇼븐 교수와 대니얼 월턴 교수가 2020년 미국경제연구소 연구자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밸런스드 펀드는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를 나이만으로 규정하는 TDF의 아쉬운 점을 보완할 수 있다. 젊다고 해서 모두 높은 위험을 선호하고, 나이가 많다고 낮은 위험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운용 기간 내내 50% 이내로 꾸준히 위험자산 비중을 유지하고 싶다면 디딤펀드를, 위험자산 비중을 70~80%에서 시작해 은퇴 시점이 다가왔을 때 30~40%대로 자동 조정하고 싶다면 TDF를 고려하는 게 좋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 오현민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