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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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친(親)전기차 정책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등 중장기적 전기차 업황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업체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증권사들도 투자 의견을 바꾸고 있다.

○유럽 전기차 정책 변화 흐름

유럽 전기차 보조금 U턴에…다시 속도내는 K전기차 주가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터리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올 8월 8일 저점대비 이달 11일까지 주가가 32.2% 올랐다. 지난 8월 8일 31만1000원까지 내려가며 30만원선을 위협했지만 11일 종가는 41만1000원까지 올라섰다. 올해 낙폭이 더 컸던 양극재 업체도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같은 기간 29.1% 뛰었다. 포스코퓨처엠은 같은 기간 23.6% 상승했고 에코프로비엠도 8.7% 올랐다.

2차전지 업종이 반등에 성공한 건 유럽의 전기차 지원 정책 훈풍 덕분이다. 최근 외신들은 독일 집권당이 기업용 전기차 구매에 보조금을 주고 리스차량에는 전기차 구매 의무 비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정책을 내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독일 정부가 돌연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고 폭스바겐이 감원까지 발표하자 관련 지원 정책을 되살리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 내에서 전기차 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 세 곳 모두 전기차를 통한 탄소 배출 억제를 강조하는 위원들로 구성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현상을 불러왔던 정부의 정책 지원 감소 흐름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의 요구도 거세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영국 정부에도 전기차 보조금 재개를 요구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맞설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독일을 시작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보조금 정책이 부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K배터리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의 주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벨기에 양극재 업체인 유미코아는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7.44% 올랐다. 미국 리튬 업체 앨버말은 16.67% 상승했다.

○단기보단 중장기 실적 주목을

국내 증권사도 2차전지 업황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정책이 후퇴하면서 부진했던 수요가 정책이 되살아나면서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K배터리에 비관적인 리포트를 내온 유진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이 증권사는 최근 정책 변화를 근거로 K배터리에 대한 의견을 바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책이 반전되지 않으면 업황 턴어라운드는 없었을 테지만 그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에서 또한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면 철폐는 어렵기 때문에 K배터리 종목을 매수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목표주가도 속속 높아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0일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41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다. iM증권 또한 45만원에서 51만원으로 상향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SDI 목표주가를 43만원에서 53만원으로 23.3% 높였고, 유안타증권도 이 종목 목표주가를 42만5000원에서 45만원으로 올렸다.

다만 정책 변화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란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단기 리스크가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병화 연구위원은 “3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올해 실적으로 K배터리 업체들의 가치를 재단할 필요는 없다”며 “내년과 내후년 실적을 고려해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