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김달진문학제가 12~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렸다.

이곳 출신 월하(月下) 김달진 시인(1907~1989)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사랑문화인협회(회장 최동호)와 창원시김달진문학관(관장 이성모)이 주최하는 김달진문학제는 국내 시인뿐만 아니라 외국 문인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국제 시축제다.

문학제 첫날 행사로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과 공동으로 마련한 문학강연이 먼저 펼쳐졌다. 박덕규 문학평론가는 ‘김달진 시인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달진 시인은 탈속 지향의 시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며 "이는 잠언의 형식과 ‘자기 응시’라는 방법론 등 두 가지 형태에 힘입어 의미를 더욱 뚜렷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린 김달진문학제에서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김수복 시인(오른쪽)이 상패를 받고 있다. 김달진문학관 제공
지난 12일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린 김달진문학제에서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김수복 시인(오른쪽)이 상패를 받고 있다. 김달진문학관 제공
이어서 열린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 부문 공동수상자인 김수복·고두현 시인이 상패와 상금 1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올해 평론⸱학술 부문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수복 시인은 1953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2009년 편운문학상, 2010년 서정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4년간 단국대 총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수상 시집 <의자의 봄날>(서정시학, 2024)은 모든 작품을 넉 줄로 구성한 4행 시집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깊이 있는 양식적 자각 속에서 펼쳐진 단형 서정의 향연은 삶과 풍경에 대한 순간적 발견 과정을 발화하는 ‘노래로서의 서정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2일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린 김달진문학제에서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고두현 시인(오른쪽)이 상패를 받고 있다. 김달진문학관 제공
지난 12일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린 김달진문학제에서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고두현 시인(오른쪽)이 상패를 받고 있다. 김달진문학관 제공
고두현 시인은 1963년 경남 남해 출생으로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2005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2022년 김만중문학상 유배문학특별상, 2023년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수상 시집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여우난골, 2024)는 “오래된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적 성찰이 돋보이는 시집으로, 전통 운율을 잘 활용해 낭송 효과를 최대한 살림으로써 시의 근원적 본질이자 전통인 노래성을 회복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올해 15회를 맞은 창원KC국제문학상은 튀르키예 시인이자 민속학자인 메틴 투란(Metin Turan)이 받았다. 그는 198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04년 루쉔상과 2023년 외즈칸 메르트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사이프로스⸱발칸⸱유라시아⸱튀르키예문학연맹(KIBATEK) 회장이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창원KC국제문학상은 튀르키예 시인 메틴 투란(오른쪽)이 받았다. 김달진문학관 제공
올해로 15회를 맞은 창원KC국제문학상은 튀르키예 시인 메틴 투란(오른쪽)이 받았다. 김달진문학관 제공
제23회 월하전국백일장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대상은 김예진(초등) 류선율(중학) 임서윤(고등) 이현경(대학일반) 등이 받았다.

다음날인 13일 오전에는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 메틴 투란 시인이 ‘세기의 문학과 문학가’를 주제로 문학 특강을 펼쳤다. 통역은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가 맡았다.

이어진 국제시낭송콘서트에서는 메틴 투란과 잭 마리나이(미국), 라우라 가라바글리아(이탈리아), 박미하일(러시아), 스테파노 도노(이탈리아), 다니엘 레벤테 팔(헝가리), 이하석 신덕룡 김왕노 이경철 박찬선 나기철 이인평 박용재 안화수 민창홍 최석균 이기영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했다.

김달진 시인의 사위인 최동호 시인과 딸 김구슬 시인은 유족 인사를 통해 “김달진 시인의 시 ‘청시(靑枾)’에 나오는 풋감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계절에 문학제가 열려 더욱 의미가 크다”며 “이젠 ‘봄에는 군항제, 가을에는 김달진문학제’라는 말로 진해가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에 걸친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뒤에는 소사마을 주민들과 국내외 시인들이 함께 어울려 잔치 음식을 나눠 먹으며 김달진문학제의 의미를 되새겼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