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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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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53조 1항은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진열·보관 또는 저장하려는 자는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자료 검토 및 검정 등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출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이 적용되는 판매의 범위(판매에서 제외되는 수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법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제약회사들엔 초미(焦眉)의 관심사다.

의약품 간접수출 관련 쟁점은 일련의 의약품 수출 절차 중 제약회사가 국내 수출업자에게 의약품을 공급한 부분이 약사법 적용이 배제되는 ‘수출’에 해당하는지, 약사법 적용 대상이 되는 ‘판매’에 포섭되는지 여부이다.

식약 당국은 2020년 이후 간접수출을 이유로 6개 제약회사에 대하여 품목허가취소처분 등을 하였고, 해당 제약회사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해당 제약회사 대표이사, 관련 임직원은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50년 만에 기준 뒤집은 당국

식약 당국은 1971년 약사법 개정 이후 위 품목허가취소처분 전까지 약 50년간 의약품의 간접수출을 직접수출과 마찬가지로 취급했다. 약사법령상 수출 특례규정을 적용하거나 약사법상 ‘수출’로서 ‘판매’에 해당하지 않아 약사법이 적용되지 않음을 전제로 실무를 운영해 왔다.

특히 2011년경에는 보건복지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제약업계에 밝히기까지 했다. 정부도 의약품의 간접수출 실적도 수출실적으로 인정하여, 그 실적에 따라 ‘수출탑’ 등 표창을 수여하는 등 의약품 제조업체들에 의약품 간접수출을 적극 장려해 왔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식약 당국의 입장을 신뢰하여 약 50여년 간 문제 없이 의약품을 간접수출하였다. 간접수출 의약품 비중은 전체 수출 의약품의 약 30~40%에 달하고, 그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3조~4조원이다. 간접수출 방식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수출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가는 데 매우 크게 기여해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식약 당국은 특별한 국민건강 위해 사고 발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갑자기 의약품의 간접수출이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한다면서 조사를 시작하였고, 아무런 계도 조치 없이 과거에 이루어진 간접수출을 이유로 품목허가취소처분 등을 하였다. 수출역군으로 칭송받던 대표이사, 관계 임직원들은 느닷없이 기소되어 형사처벌까지 받는 전과자로 전락할 상황에 처해 있다.

하급심 판결 엇갈려

의약품 간접수출이 쟁점인 사건의 하급심 법원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제약회사들 주장과 같이 수출이라고 본 판결은 약사법이 ‘판매’와 ‘수출’을 구분하고 있다가 약사의 범위에서 ‘수출’을 제외하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간접수출 역시 약사의 범위에서 제외된 ‘수출’이라고 보아 처분 사유가 모두 부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약사법령이 ‘수출’에 관한 용어의 정의나 포섭의 구체적인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약사법령의 전반적인 체계, 취지·목적과 수출에 관한 관련 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대외무역법 관계 법령, 부가가치세법상 수출 관련 규정에서의 수출에 대한 정의, 수출 관련 제반 규정과 실제 제조업체나 무역업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통상적인 수출 과정이나 현황 등을 종합해 보면, 일반적으로 ‘수출’은 제조업자가 직접 해외 수입자에게 물품 등을 판매하는 ‘직접수출’뿐만 아니라 제조업자 등이 국내의 수출업자를 통해 해외 수입자에게 판매하는 ‘간접수출’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 약사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개정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1991년에 개정된 약사법은 ‘의약품의 제조업자가 수출 목적으로 국내 수출업자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는 행위’를 약사법상 규율 대상으로 남겨두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를 약사법상 규율 대상이 아닌 ‘수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매’의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식약 당국의 주장과 같이 판매라고 본 판결은 개인적 일탈에 의한 의약품 불법사용 가능성을 주된 이유로 간접수출도 ‘판매’에 포함된다고 보아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간접수출의 경우 국내 사용 목적으로 불법유통될 가능성이 직접수출의 경우보다 더 높으므로, 약사법의 입법목적과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해석할 경우 간접수출을 ‘수출’이 아닌 ‘판매’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다.

형사재판의 경우 전자의 입장에 따르면 무죄이고, 후자의 입장에 따르면 유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일탈행위 확대해석 말아야"

실제 의약품을 간접수출 하더라도 해당 의약품이 해외로 반출되어 해외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직접수출과 똑같다. 직접수출 방식으로 의약품을 수출하더라도 수출대행업자나 운반업자 등의 일탈행위로 인해 국내에서 불법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간접수출 과정에서 국내 불법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직접수출과 달리 간접수출만을 국내 ‘판매’로 규율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 그리고 실상은 거의 대부분의 간접수출 의약품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전체적인 실상을 보지 않고 극히 미미한 수준의 일부 개별적인 일탈행위에 의한 국내유통 가능성을 이유로 수십 년 동안 관련 부처에서 장려하여 온 간접수출을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간주하여 행정제재하고 형사처벌 하는 것은 법치행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를 무너뜨리는 처사이다.

간접수출 의약품의 국내 불법유통 일탈행위는 일탈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부 일탈행위로 인한 국내 불법유통 문제는 간접수출뿐 아니라 직접수출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유독 간접수출 의약품의 일부 일탈행위를 이유로 간접수출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이나 법익 균형성에 맞지 않는 과도한 제재라는 점은 모든 판결의 일치된 결론이다.

극히 미미한 국내 불법사용 ‘가능성’을 이유로 정상적으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의약품의 실상을 무시하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간접수출 단속으로 인하여 국가 경제적으로 조 단위 손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 직속 규제혁신추진단이 제약회사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관련 규정 정비를 추진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 서울 고등법원 고법판사, 특허법원 제1호 고법판사를 역임하였다. 오랜 재판실무경험을 통해 법적 분쟁의 공격방어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뒷받침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디톡스를 대리하여 17전 16승의 전무후무한 실적을 거두는 등 국내 지식재산권 및 바이오헬스분야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의약품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판매'인가 '수출'인가 [화우의 바이오헬스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