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섭게 팔아치웠다"…개미들도 놀랄 지경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역대 최장 기간 연속으로 팔아치웠다. 2022년 3~4월 2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세웠던 기록을 2년 6개월여만에 깼다.

16일 삼성전자는 2.46% 급락한 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어렵게 회복한 '6만전자'에서 3거래일 만에 다시 밀려났다. 외국인이 2730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이날까지 2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팔아치웠다. 1999년 한국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연속으로 순매도했다.

기존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25거래일)은 2022년 3월25일~4월28일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물가가 급등하자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끌어내린 영향이다.

26거래일 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아치운 순매도 금액은 11조1300억원어치에 달한다. 직전 연속 최장 순매도 기간에 순매도한 금액(4조4200억원)의 2.5배에 달한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0.03% 급락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55.98%에서 53.21%로 낮아졌다.

이날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아치운 건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부진한 실적 영향이다. 15일(현지시간) ASML은 내년 300억~35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358억유로)를 한참 밑도는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 ASML 주가는 16.26% 폭락했다.
미국 정부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동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수출 제한을 고려한다는 소식도 반도체주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는 외부 환경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밸류체인에서 소외되면서 반도체 시장서 '나홀로 겨울'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력인 D램 반도체 업황 둔화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세가 요원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주도권을 놓친 HBM3 시장보단 2026년부터 시작될 HBM4 시장에서 반전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하단에 있는만큼 6만원 선 안팎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외국인이 연속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10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