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주도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노인 가구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원 일변도의 현행 노인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포함된 가구의 연간 소득은 3469만원으로 직전 조사인 2020년(3027만원)보다 442만원(14.6%)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개인소득은 2020년 1558만원에서 지난해 2164만원으로 606만원(38.8%) 늘었다. 가구소득과 개인소득 모두 2008년 첫 조사를 시작한 후 역대 최대 규모다. 개인소득은 2008년(701만원)보다 3.04배 급증했다.

노년층의 자산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은 각각 4912만원, 3억1817만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에 비해 각각 3.09배, 1.91배 불어났다. 부동산 자산 보유율은 97.0%에 달했다. 자산 규모와 부동산 자산 보유율 모두 2008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자녀 등 가족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줄었다. 노인 가구의 소득원별 구성을 보면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 비중은 2008년 30.4%에서 지난해 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비중은 39.0%에서 53.8%로 높아졌다.

일하는 노인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일하는 노인 비중이 2008년 30.0%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인 36.9%로 껑충 뛰었다. 재산을 본인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답변하는 노인도 늘었다. 지난해 조사에선 응답자의 24.2%가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재산을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2008년(9.2%)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노인 기준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다.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의 기준은 평균 71.6세로, 2020년(70.5세) 대비 1.1세 높아졌다. 경로당 이용률은 2020년 28.1%에서 지난해 26.5%로 낮아졌다.

정부는 신(新)노년층 등장 등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한 고령사회 대응 정책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