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은 음식 아닌 혼합물질, 피가 걸쭉해지는 기분" [서평]
"지난 150년 동안 음식은 더 이상 음식이 아니게 됐다"

<초가공식품>의 저자는 크리스 반 툴레켄은 우리가 음식이 아닌 혼합물을 먹고 산다고 주장한다. 쿨레텐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병원의 감염병 전문의다. 기업이 아동 영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툴레켄은 초가공식품을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됐고, 평범한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성분이 들어간 모든 음식"으로 정의한다. 인공색소, 감미료, 산도조절제, 안정제 등이 들어간 모든 식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가 흔히 몸에 안 좋은 정크 푸드라고 불리는 햄버거 치킨 피자뿐 아니라 빵 시리얼 마요네즈 시리얼처럼 주방에 흔히 보이는 음식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저자는 초가공식품의 생산 과정과 그 영향을 설명한다. 초가공식품들은 각종 화학 공정과 변형을 거쳐 만들어진 저렴하고 맛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과거에는 폐우유를 활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석탄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버터를 생산하기도 했다. 쿨레텐은 이런 식품들을 섭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소화 불량, 호르몬 불균형, 비만까지 인간의 신체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나아가 초가공식품의 사회적, 환경적 여파까지 꼬집는다. 저렴한 가격과 긴 유통기한 덕에 장기적인 위험성도 확인되지 않은 초가공식품을 식품회사들은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초가공식품은 건강을 해치는 수준을 넘어 생물다양성을 저해하고, 탄소배출을 늘린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마케팅, 이런 음식의 생산을 방치하는 제도적 허점까지 꼬집는다.

음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은 신선하다. 탄수화물, 지방, 당분이 아닌 화학적 가공 과정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안정성을 향한 비판이 새롭다. 평소에 생각 없이 섭취하는 각종 첨가제와 화합물들의 역사와 생산 원리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점도 장점이다.

툴레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실험 결과와 논문을 소개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때로는 12명에서 20명 사이의 작은 표본에서 도출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툴레켄이 직접 실험에 참가해 자신이 경험한 느낌과 소회도 설명한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만 확실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근거라고 못 박아 받아들이기에는 위험하다.

감정적인 접근도 아쉽다. "초가공식품을 먹고 악몽을 꿨다", "피가 걸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등 개인적 일화로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객관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아직 충분한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초가공 재료의 영향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실험은 식품회사들의 지원을 받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초가공식품은 음식 아닌 혼합물질, 피가 걸쭉해지는 기분" [서평]
초가공식품음식의 원리와 위험성을 상세히 조명하는 책이다. 경각심은 가지되 저자의 주장도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인 점을 주의해야 한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