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번역 수당 고작 7만원, ‘제2의 한강’ 나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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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16일 한국문학 해외진출 관계기관 회의
문학계, '문학 한류' 위해 국내 문학시장 활성화 필요
“데보라 스미스 만큼 뛰어난 번역가 많아…정부가 지원해야”
문학계, '문학 한류' 위해 국내 문학시장 활성화 필요
“데보라 스미스 만큼 뛰어난 번역가 많아…정부가 지원해야”
“한국에 데보라 스미스를 능가할 번역가들이 많지만 능력을 펼칠 기회가 없어요. 예전엔 시 한 편 번역하면 15만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오랜 시간 공 들여 번역해도 겨우 7만원 받는 데 그쳐요. 번역가로 먹고살 수가 없는데 어떻게 제자들에게 감히 번역가가 되라고 말하겠어요.”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교수)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해외교류, 번역 정책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문학시장’부터 활성화해야 합니다. 한국어 독서층이 얇아 작가가 책을 선보일 기회가 적다는 게 한국문학의 약점인데, 보다 개성있는 작가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문학과지성 대표)
소설가 한강(54)의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의 일등공신으로는 언어의 장벽을 허문 번역의 힘이 꼽힌다.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의 작품을 두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높이 평가할 수 있었던 것도 둔해져 있던 사유를 일깨운 한강의 문체적 실험을 영어로 오롯하게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해외저변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수준급 번역가 발굴을 위한 정책 지원이 꼽히는 이유다.
정부도 ‘문학 한류’ 활성화를 위해 번역지원 예산을 증액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아쉬움을 드러낸다. 국내 번역시장 규모가 작고, 정책지원도 열악하다보니 역량 있는 번역가를 발굴해도 실제 번역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학계에선 번역과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을 확대하려면 국내 문학시장부터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산하 유관기관인 번역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과 한국 문학 해외진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관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시입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등 민간 단체와 학계 전문가들도 참여해 정부 문학 관련 지원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문학진흥을 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정부 기관과 문학계는 ‘문학한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한강 작가가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를 처음 만난 게 2014년 번역원이 작가 파견을 지원한 런던 도서전”이라며 “지금까지 한강 작가에게 번역과 국제교류로 총 10억 원의 정책지원을 했는데, 이런 체계적인 지원사업의 힘이 크다는 걸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내년 문학 분야 진흥을 위해 편성한 예산(정부안)은 올해보다 7.4% 증가한 485억원이다. 특히 해외시장에 번역출판을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출판 지원사업이 31억2000만 원으로 8억원 증액됐다. 이에 대해 문학계는 올해 삭감됐던 번역 예산이 회복된 건 긍정적이지만, 지원 규모 자체를 보다 키워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번역출판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력 있는 번역가를 양성할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역가로 활동하는 최애영 한국문학번역원 교수는 “과거엔 영미권이나 유럽 등 주요 언어권에서 번역 수요가 있었다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중심부로 들어선 지금은 소수언어권의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번역지원 요구는 많아지는데 예산이 그만큼 따라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수한 번역인력이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인 번역가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런 지원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자발적으로 배우고, 한국어로 된 문학작품을 찾아 읽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번역가들이 실력을 선보일 문이 너무 좁다”며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그만큼 실력은 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젊은 번역가들이 많다”고 했다.
한국문학의 저변을 키우기 위해 국내 문학시장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개성 있는 작가와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는 대중적인 작가도 아니었고 베스트셀러를 만들지도 못했지만 개성 있는 작품을 썼다”면서 “문제는 한국 문학 독자층이 얇다 보니 개성 있는 작가가 책을 내도, 다음 책을 또 쓰기 어렵다”고 했다.
안주철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은 “20~30대에 등단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면서 “청년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세계문학과 접점들 만드러줄 프로그램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문학 진흥을 위한 동기부여를 줬다”면서 “더 많은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로 진출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해외교류, 번역 정책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문학시장’부터 활성화해야 합니다. 한국어 독서층이 얇아 작가가 책을 선보일 기회가 적다는 게 한국문학의 약점인데, 보다 개성있는 작가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문학과지성 대표)
소설가 한강(54)의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의 일등공신으로는 언어의 장벽을 허문 번역의 힘이 꼽힌다.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의 작품을 두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높이 평가할 수 있었던 것도 둔해져 있던 사유를 일깨운 한강의 문체적 실험을 영어로 오롯하게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해외저변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수준급 번역가 발굴을 위한 정책 지원이 꼽히는 이유다.
정부도 ‘문학 한류’ 활성화를 위해 번역지원 예산을 증액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아쉬움을 드러낸다. 국내 번역시장 규모가 작고, 정책지원도 열악하다보니 역량 있는 번역가를 발굴해도 실제 번역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학계에선 번역과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을 확대하려면 국내 문학시장부터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산하 유관기관인 번역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과 한국 문학 해외진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관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시입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등 민간 단체와 학계 전문가들도 참여해 정부 문학 관련 지원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문학진흥을 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정부 기관과 문학계는 ‘문학한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한강 작가가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를 처음 만난 게 2014년 번역원이 작가 파견을 지원한 런던 도서전”이라며 “지금까지 한강 작가에게 번역과 국제교류로 총 10억 원의 정책지원을 했는데, 이런 체계적인 지원사업의 힘이 크다는 걸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내년 문학 분야 진흥을 위해 편성한 예산(정부안)은 올해보다 7.4% 증가한 485억원이다. 특히 해외시장에 번역출판을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출판 지원사업이 31억2000만 원으로 8억원 증액됐다. 이에 대해 문학계는 올해 삭감됐던 번역 예산이 회복된 건 긍정적이지만, 지원 규모 자체를 보다 키워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번역출판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력 있는 번역가를 양성할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역가로 활동하는 최애영 한국문학번역원 교수는 “과거엔 영미권이나 유럽 등 주요 언어권에서 번역 수요가 있었다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중심부로 들어선 지금은 소수언어권의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번역지원 요구는 많아지는데 예산이 그만큼 따라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수한 번역인력이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인 번역가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런 지원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자발적으로 배우고, 한국어로 된 문학작품을 찾아 읽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번역가들이 실력을 선보일 문이 너무 좁다”며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그만큼 실력은 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젊은 번역가들이 많다”고 했다.
한국문학의 저변을 키우기 위해 국내 문학시장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개성 있는 작가와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는 대중적인 작가도 아니었고 베스트셀러를 만들지도 못했지만 개성 있는 작품을 썼다”면서 “문제는 한국 문학 독자층이 얇다 보니 개성 있는 작가가 책을 내도, 다음 책을 또 쓰기 어렵다”고 했다.
안주철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은 “20~30대에 등단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면서 “청년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세계문학과 접점들 만드러줄 프로그램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문학 진흥을 위한 동기부여를 줬다”면서 “더 많은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로 진출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