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스웨덴 방송 SVT와 서울 통의동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SVT 화면 캡처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스웨덴 방송 SVT와 서울 통의동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SVT 화면 캡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을 겁니다.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두문불출 중인 한강이 스웨덴 언론과 한 인터뷰가 공개됐다. 한강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섰지만 “주목받고 싶지 않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는 한강과 서울 통의동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지난 13일자로 보도했다. 보도 시점을 감안하면 인터뷰는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하루 이틀 뒤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은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강은 10일 스웨덴 한림원의 마츠 말름 사무총장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처음엔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SVT는 기자회견을 열지 않겠다는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강은 수상 직후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강은 “뭔가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에게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마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며 “세계엔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진중하게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비롯해 당분간 주목받는 것을 삼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며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고, 이 상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도 했다. 기자의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한강은 “아니다”고 답했다. 한강은 “아들과 함께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고 했다.

한강은 여러 작품에서 역사적 사건의 아픔을 다뤘다. <소년이 온다>에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에선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사용했다. 기자가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묻자 한강은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적어도 어느 시점에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운 명확한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이번 수상이 자신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처럼 그저 쓸 뿐이란 설명이다. 그는 “나는 1년에 소설을 한 편씩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작별하지 않는다>는 완성하는 데 7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쓸 것이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이달이나 다음달 집필 중인 소설을 마무리하고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수락 연설문은 수상자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과 문학에 대한 견해 등을 담아 전달하는 글로, ‘귀로 듣는 문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상자들이 공을 들여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2월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쓰는 작품을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