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 등의 장기 숙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입됐다. 주택이 아니어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매 제한도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부동산 경기 과열 때 ‘대체 주거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정부는 2021년 ‘생활숙박시설 불법 전용 방지책’을 내놓으며 레지던스의 주거 사용에 메스를 가했다. 현장에선 “사기 분양을 당했다”는 계약자가 분양 해지 소송을 벌이며 혼란이 가중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까지 겹치자 레지던스 문제가 부동산시장 부실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불법 전용’ 불가 방침을 고수해온 정부가 출구 전략 마련에 나선 이유다.

○비용 내면 주차장 부족해도 전환

도보 600m내 주차장 설치땐…오피스텔로 용도변경 허용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어려웠던 가장 큰 장애물은 주차장이었다. 대부분 주차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레지던스 반경 600m 이내에 외부 주차장을 설치하면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확보가 어려운 경우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비용을 납부하고 설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조례를 개정해 아예 주차장 설치 기준을 절반으로 낮출 수도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사례처럼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에는 기부채납(공공기여)을 전제로 지자체가 계획 변경을 검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관광리조트지구 등 특정 목적이 있는 지구단위계획이 국내에 많지 않아 지자체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지던스는 앞으로 주거시설 복도 기준인 ‘폭 1.8m’에 미달하더라도 피난시설 등을 보완하면 용도 변경이 가능해진다. 화재 안전 예방을 위한 기준인 만큼 다른 방법을 통해 안전이 담보된다면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건물을 지어 복도 폭을 넓힐 수 없는 레지던스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오피스텔 전환이 아니라 숙박업 등록을 원하는 경우엔 신고 기준을 완화한다. 현재는 30실 이상이거나 건축물 연면적 3분의 1 이상인 레지던스만 숙박업으로 신고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역에 따라 기준을 30실 미만으로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이달 보건복지부에서 조례 개정 예시를 17개 시·도에 배포할 예정이다.

○특혜 우려엔 “소유자가 비용 부담”

정부는 레지던스의 주거용 전환 기준을 완화하면서도 사회적 형평성을 강조했다. 자칫 이번 대책이 레지던스 소유자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지던스 소유자 중 상당수가 실수요 목적으로 한 실만 갖고 있다”며 “서민의 주거 안정과 PF 위기 등의 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레지던스 소유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차장이나 피난시설을 확충하는 데 상당한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용이 부담되면 오피스텔 용도 변경 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며 “이 경우에도 감정평가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매입가격이 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로 준공하는 레지던스에 대해 숙박업 신고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분양을 허용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1~2실 등 개별 단위 분양을 제한해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오해하고 매매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개정 사항은 건축법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 허가 신청분부터 적용한다. 법 개정 전까지는 레지던스 신규 인허가를 자제하도록 지자체와 협의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 따른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이행강제금 부과는 2027년까지 연기한다. 또 지자체마다 ‘생숙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다음달까지 미신고 물량이 많은 광역지자체(3000실 이상)와 기초지자체(1000실)는 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유오상/한명현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