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세금 납부 유예가 85만 건을 넘어서며 올해 납부 유예 건수가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납세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황 길어지자…상반기 세금 납부유예 85만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집계한 세금 납부 유예 건수는 85만4568건이다. 부가가치세, 소득세처럼 자진 신고하는 세금의 납부 유예 신청이 72만3590건(84.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종합부동산세처럼 국세청이 고지하는 세금의 납부 유예 신청은 10만7848건(12.6%), 체납자의 자산 압류와 매각 유예 신청은 2만3130건(2.7%)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세금 납부 유예 건수(85만4568건)는 지난해 전체(114만5018건)의 74.6%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납부 유예 건수가 작년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금 납부 유예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1년(1063만511건) 1000만 건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344만72건), 2023년(114만5018건) 2년 연속 감소했는데 3년 만에 다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이 더딘 탓에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납부 유예 신청이 증가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세금 납부 유예 건당 평균 금액은 1054만원으로 작년(1547만원)보다 31.9% 급감했다. 내야 할 세금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부진한 경기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세정 지원에 나선 영향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 2월 ‘2024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영난을 겪는 건설·제조 중소기업과 연 매출 80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등 128만 명을 대상으로 세금 납부 기한을 직권 연장한다고 밝혔다. 부가세 납기를 2개월 연장받은 사업자는 법인세와 소득세 납기도 3개월 연장받았다. 아울러 국세청은 일시 체납에 대한 압류·매각 조치도 최대 1년간 유예했다.

박 의원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납부 유예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고 세정 지원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내수 활성화 방안의 차질 없는 수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