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사안에 대해 "두산이 시장의 시각과 주주 가치 환원 기조에 맞는 쪽으로 수정해 진행할 것으로 기대와 예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합병) 가액이라든가 의사결정 경위에 대해 궁금해하는 점이 많았고, 금감원도 금융전문가로서 그런(확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거듭 증권신고서 반려요청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건에 대해선 제가 외부적으로 발언한 적은 없다"며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한 것은 맞지만, 제가 사안에 대해 두산이 어쨌다저쨌다 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장이 본인의 의견을 너무 많이 이야기한다"며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조사를 하면 될텐데,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굳이 (공개) 발언을 한 사례가 많다. 시정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 원장은 두산그룹 구조재편을 두고 지난 8월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시가가 기업의 공정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주주들의 목소리가 다양하다면 경영진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제시한 양사간 합병비율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원장은 "두산이 최근에야 조금 투자자설명(IR)에 나선 것 같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은 꾸준히 직접 나서 기업의 경영 방침 등에 대해 투자자에게 설명을 제공한다"며 "이런 일들을 두산이 해왔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기존에 제출한 신고서로는 합병의 표면적 목적과 실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밥캣 자금이 다른 곳에 쓰일 때 재무적 위험은 없는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충분히 알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당시 금감원장이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재원 확보 등 두산이 밝힌 합병 목적과는 다른 '실질적 목적'이 있다고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원장은 이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규정하는 상법 개정안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가 여러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전체 상법 체계를 좀 봐야하는 내용도 있고, 한국 경영 현실상 과도한 배임 처벌 우려 등도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