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한가운데 홀로 힘들게 서있어" 떠나는 헌재소장의 고언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사법연수원 15기·사진 가운데)과 이영진(사진 오른쪽·22기)·김기영(22기) 재판관이 한꺼번에 퇴임하면서 헌재가 주요 사건 의결이 사실상 어려운 ‘6인 체제’로 들어섰다. 퇴임 재판관들은 일제히 여·야 갈등으로 헌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현실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영진 재판관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 격언과 함께 헌재의 신속한 사건 처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후임 재판관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건의 심리와 처리는 더욱 정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무분별한 헌법소원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며,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 사건은 법원 등으로 관할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 헌법연구관의 획기적 증원도 시급하다”며 재판관 공백 외에도 헌재 운영상 결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소장도 최근 몇 년 새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 등 정치적 성격의 분쟁이 급증한 것을 짚었다. 이 소장은 “헌재는 변화가 필요한 위기 상황에 홀로 힘들게 서 있는 형국”이라며 “정치의 사법화에 따른 사법의 정치화는 결국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재 권위가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퇴임 재판관 3명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아 헌재는 당분간 6인 체제로 돌아갈 예정이다. 헌재는 지난 14일 심리정족수를 7명 이상으로 규정한 헌재법 제23조 1항에 대한 효력을 스스로 멈춰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다만 의결정족수 관련 조항은 효력이 살아 있어 후임 재판관 임명 전까지 주요 사건 의결은 사실상 어렵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