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축제 지휘한 젊은 거장…음 하나하나가 춤추듯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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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의 音미하다
클라우스 메켈레
파리 공연 리뷰
28살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맡아
포디움서 '말러 교향곡 9번' 연주
섬세함·원숙미 살려 '춤추듯 지휘'
아내의 외도·심장질환 악화 등
말러의 고통과 비극 담은 악보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
'죽어가듯이' 적혀 있는 4악장
미학적 카타르시스 선사
관객들도 연주 끝나자
30초간 묵상하며 여운 느껴
클라우스 메켈레
파리 공연 리뷰
28살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맡아
포디움서 '말러 교향곡 9번' 연주
섬세함·원숙미 살려 '춤추듯 지휘'
아내의 외도·심장질환 악화 등
말러의 고통과 비극 담은 악보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
'죽어가듯이' 적혀 있는 4악장
미학적 카타르시스 선사
관객들도 연주 끝나자
30초간 묵상하며 여운 느껴


‘말러 교향곡 9번’은 1909년 말러가 이탈리아 슬루더바흐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초고를 완성했고, 틈틈이 작업한 끝에 1910년 미국 뉴욕에서 총보를 완성한 교향곡이다. 이 곡을 작곡할 때쯤 말러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오랜 기간 앓고 있던 심장 질환이 점점 더 심해졌고, 새로 부임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는 한 시즌밖에 지휘하지 못한 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으며, 아내 알마가 건축가이자 바우하우스 설립자인 발터 그로피우스와 외도한 사실을 알게 돼 (프로이트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1911년 5월 18일 말러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그에게 일어난 비극적 상황들은 악보에 있는 신비로운 문구들(1악장 267마디 “오! 젊음이여! 사라졌구나! 오 사랑이여! 가버렸구나!”, 1악장 434마디 “안녕! 안녕!”, 4악장 종결부에 표시된 “죽어가듯이” 등)과 어우러져 곡을 접하는 지휘자, 연주자, 청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죽음에 대한 은유와 한 작곡가의 치열한 말년을 어떻게 받아들여 연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말러 교향곡 9번’의 느낌과 깊이는 달라지는 것이다.
메켈레에겐 너무 좁은 포디움…발레하듯 춤추다

말러가 즐겨 쓰던 춤곡 형식의 2악장을 메켈레는 발레리나가 춤추듯 지휘했다. 젊은 혈기와 솟구치는 열정이 죽음의 교향곡에 투사돼 공연장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말 그대로 ‘죽음의 무희’ 같은 2악장이었다. 2악장에서 뒤틀리고 어두운 느낌의 렌틀러와 거친 표현의 왈츠는 하나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아주 빠르고 매우 고집스럽게 연주하라’는 3악장은 ‘해학극’이라는 부제를 지닌 만큼 불협화음을 다소 과장되게 희화화해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트럼펫과 현의 주고받음을 좀 더 극적인 소리의 대조를 주면서 죽음의 축제가 공연장에 펼쳐진 것처럼 이끌고 갔다.
춤추는 죽음,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죽음 혹은 소멸로 수렴하는 4악장은 A-B-A-B-A 형태의 론도 형식에 185마디임에도 불구하고 약 20분 동안 느린 전개로 청자에게 미학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부분이다. 현악기 중심으로 구성된 이 악장은 악보에 표시된 ‘죽어가듯이’를 어떤 뉘앙스와 긴장감으로 이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며,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이 약 1분에서 30초가량 묵상 같은 시간을 가진 후 박수를 치는 것이 관례다. 메켈레는 마지막 부분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며 곡을 완성시켰다.연주가 모두 끝나고 30초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메켈레가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는 듯 포디움에서 내려왔다. 바이올린 수석연주자를 향해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음악적 소명을 다한 지휘자의 책임감과 천진난만한 아이의 순수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파리=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