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디에이치(현대건설)·아크로(DL이앤씨)·르엘(롯데건설)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운 대형 건설회사의 독무대다. 재건축 이후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유찰이 될지언정 대형 건설사를 선정하겠다는 게 조합원들의 요구다. 중견 건설사는 모아타운 등 가로주택정비사업과 500가구 이하 중소형 정비사업을 통해 ‘틈새시장 수주’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비집고 들어오기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19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한 해 수주액(20조406억원)에 근접했다. 포스코이앤씨가 4조7191억원으로, 2위인 현대건설(4조257억원)을 앞서고 있다. 오랜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2조2531억원을 수주해 3위로 뒤를 이었다. 대우건설(1조9443억원)과 롯데건설(1조6436억원)도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고급화를 추구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워 핵심 사업지를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작구 노량진뉴타운이다. 7개 구역 중 6개 구역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고르는 조합의 취향이 까다롭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 입찰이 대우건설의 단독 참여로 유찰된 뒤 8월 말 수의계약 안건도 조합 총회에서 부결됐다. ‘개포써밋 187’을 내세운 대우건설이 착공 후 공사비 변동 없는 100% 확정 공사비 등의 조건을 내걸고 나서야 지난달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핵심지에선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과 맞물려 하이엔드 브랜드와 고급화로 재건축 이후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는 조합원이 많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