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을 둘러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상치 않다. 북한군 3000명이 러시아에 파병돼 교전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하고, 1만 명은 극동지역에서 훈련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때맞춰 북·러 간 조약이 러시아 의회에서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어느 한쪽이 전쟁에 처하면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하는 조항은 냉전시기 동맹관계 복원이다. 북한의 파병으로 이미 군사동맹이 발효된 것이나 다름없고, 진영 대결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이 최근 헌법에 ‘한국 적대국’을 명시하고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 비무장지대(DMZ) 방호벽 구축, 고농축 우라늄(HEU) 공개 등으로 위협 수위를 바짝 끌어올린 것도 러시아의 뒷배 때문일 것이다.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할 것은 북한이 얻을 파병 대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북한에 군사기술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정찰위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무기 소형화,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북한에 전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유 진영이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의 야욕을 꺾지 못한다면 세계 안보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엄청난 여파가 몰아닥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미 ‘서방 통제 안 받는 결제시스템’ 구축으로 대북 제재 무력화를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돈줄 숨통 틔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대만 포위 훈련을 한 중국의 야욕도 노골화할 수 있다. 대만 해협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주한미군 차출과 북한의 한·미 견제를 위한 도발로 이어져 우리 안보를 더 위중하게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안보·재건 지원을 약속한 것도 이 전쟁을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이렇게 우리에게 안보 비수(匕首)로 다가올 수 있어 면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 공조 발휘를 위한 외교 노력은 필수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한·미·일 등 자유 진영 11개국이 새 대북 제재 감시기구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킨 것은 고무적이다. 감시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북한의 파병은 유엔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자유 진영이 똘똘 뭉쳐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내놓고 강력하게 실천해야 한다. 한반도의 냉엄한 안보 현실 앞에서 자해적인 남남 갈등이 있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