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시바 미래 좌우할 총선…자민당 단독과반 불투명
오는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비자금 스캔들’ 역풍으로 여당 의석수가 종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만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얻어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5∼16일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응답자 18만9642명)를 바탕으로 초반 선거 판세를 분석한 결과 중의원 전체 의석(465석) 가운데 자민당이 203∼25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7일 보도했다.

현재 자민당 의석수는 247석이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50% 이상 의석을 얻으려면 경합 지역구에서 대승을 거둬야 한다.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한 공명당은 현재 32석에서 24~29석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연립한 여당이 과반 의석(233석 이상)은 지킬 가능성이 높지만, 17개 의회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 안정 의석수인 261석을 확보할지는 불투명하다.

야당 의석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니치는 현재 98석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117∼163석, 국민민주당은 기존 7석에서 13∼23석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요미우리신문도 15∼16일 진행한 전화 설문(응답자 16만5820명)과 인터넷 조사(응답자 9만7207명) 결과 등을 토대로 자민당이 공천한 지역구 후보 266명 중 100명 전후만 우세이고 120명가량은 접전이며 40명 이상이 열세라고 분석했다.

정권을 탈환한 2012년 12월 총선 이후 3년 전인 2021년까지 네 차례 총선에서 50% 넘는 의석을 지킨 자민당이 이번 선거 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의 정치적 동력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날 지지통신은 지난 11∼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28.0%를 기록해 출범 초반 조사로는 2000년 이후 최저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30%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은 정권 퇴진 위기 수준으로 여겨진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과거 내각보다 낮았다.

NHK방송이 12∼14일 시행한 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4%로 3년 전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 때보다 5%포인트 낮았다.

자민당 의석이 줄어들면 일본 보수층의 염원인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개헌도 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전체 의석 중 3분의 2인 310석이 필요하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해 개헌에 찬성하는 유신회도 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인기가 추락하는 것은 자민당이 정치 개혁과 당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유권자에게 공감받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도 여전히 많아 유권자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전날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사람 중 세습 정치인이 2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의원인 친족의 지반(지역 조직)을 계승하거나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조부모 또는 부모가 의원인 경우를 ‘세습’으로 집계했다. 교도통신은 “여야를 넘어 논의해온 ‘탈세습’ 개혁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