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등 톱랭커 줄줄이 '쓴맛'…난코스에 첫날부터 이변 속출
17일 경기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 3번홀(파5). 그린 프린지에서 김민별(20)이 시도한 약 17m 버디퍼트가 언덕 중간에서 힘을 잃더니 도로 굴러 내려왔다. 내리막 경사에 가속도가 붙은 공은 오히려 더 뒤로 흘러 그린 옆 러프로 향했다. 김민별은 퍼터를 내려놓고 웨지를 들 수밖에 없었고 어프로치샷으로 핀과 2.5m 거리에 공을 붙인 끝에 이날 첫 보기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민별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번홀(파5)에서 세컨드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고, 벙커샷은 그린을 한참 벗어나 뒤쪽 러프에 떨어졌다. 긴 러프에 박힌 공을 두 번의 샷으로 어렵게 꺼낸 김민별은 또 한 타를 잃었다.
17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1라운드 1번홀에서 김민별(왼쪽부터), 박현경, 윤이나가 티샷 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천=김범준 기자
17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1라운드 1번홀에서 김민별(왼쪽부터), 박현경, 윤이나가 티샷 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천=김범준 기자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 3단, 4단으로 구겨진 그린, 코스 곳곳에 자리 잡은 108개의 벙커는 이날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2024’ 1라운드에서 톱랭커들의 발목을 잡았다. 김민별은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묶어 한때 6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후반 반등이 없었다면 커트 통과까지 걱정할 처지였다. 후반에 버디 6개를 몰아친 뒤 보기는 1개로 막아 5타를 줄인 김민별은 공동 16위(4언더파)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낸 건 ‘한경퀸’ 박현경(24)도 마찬가지였다. 12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기록하며 선두권을 맹렬히 추격했으나 13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빠졌고, 벙커샷은 또 앞쪽 벙커로 향했다. 세 번째 샷을 겨우 그린에 올린 박현경은 2퍼트로 홀아웃하며 이날 첫 보기를 범했다. 이어진 1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만회한 그는 공동 23위(3언더파)로 첫날을 마쳤다.

상금랭킹 1위(11억5360만원), 대상 포인트 1위(506점)를 달리며 개인 타이틀 싹쓸이까지 노리던 윤이나(21)는 난코스를 극복하지 못해 커트 탈락 위기에 놓였다. 까다로운 그린에 애를 먹었다. 2번홀(파4)에서 약 1.3m의 짧은 파퍼트를 놓쳤고 후반 16번홀(파5)에서도 1m 안쪽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버디 2개만 더한 윤이나는 공동 69위(이븐파)에 머물렀다.

톱랭커들이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첫날 상위권은 역대급 혼전 양상을 보였다. 7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오른 장수연(30)의 뒤를 손예빈(22), 전예성(23), 고지우(22) 등 세 명이 1타 차로 쫓았다.

공동 5위 그룹도 치열하다. 박보겸(26)과 이가영(25), 정수빈(24), 김서윤(22), 이선영(24), 최가빈(21), 정슬기(29), 조희진(19), 유지나(22), 조혜림(23), 홍현지(22) 등 무려 11명의 선수가 5언더파로 줄을 섰다. 박보겸과 이가영, 정슬기를 제외하면 8명이 아직 투어에서 우승 한 번 못 해본 선수들이다.

총상금 12억원(우승상금 2억1600만원)으로 메이저급 대회로 펼쳐지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은 남은 사흘간 더욱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시즌 네 번째로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황유민(21)이 공동 16위, 이번 대회에서 통산 20승에 도전하는 박민지(26), ‘가을여왕’ 김수지(28) 등이 공동 23위에서 언제든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이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