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나섰다. 사진=한국레지던스연합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나섰다. 사진=한국레지던스연합
정부가 발표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의 골자는 (한시적으로 또는 특례조치로써) 기존 생숙들이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토록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규제로 인해 의도치 않게 불거진 생숙문제에 대한 이번 조치는 선의의 피해자(수분양자)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법적 안정성을 해치는)가 더해졌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어떤 사안이 발생하고 관련된 규모나 목소리가 커지면 종종 특단의 조치라는 개념으로 (원칙은 일단 덮어두고) 합법화시키는 사례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가 경험해왔던 다른 사례들을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정책방향이란 점에서도 동일합니다.

용도변경의 주요 지원방안은 소방 등의 측면에서 기존 시설을 보완하고, 주차장처럼 난감한 사안은 기부채납 등으로 대체토록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건축법과 지구단위계획만이 아니라 지자체 조례까지도 개정하게 됩니다. '생숙 지원센터'의 설치운영도 생숙 합법화 조치의 맥락입니다.

물론 가시적인 결과가 대두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에 대해서는 '변경의무·지시'가 아니라 기부채납을 전제로 '변경 적극 검토'로 돼 있어 일률적인 변경소요기간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지구단위계획을 고수하는 지자체들은 주거용도로의 사용 등 현행 법규를 위반한 생숙에 대해 향후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생숙 소유주들의 거센 반발을 지자체가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의할 부분은 이번 조치에 따르면 향후 건축법 개정을 통해 '개별실 단위 분양'이 제한됩니다. 즉 개인이 1개 호실을 매입해서 생숙의 본래 용도인 숙박업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흔히들 비앤비(Bed and Breakfast)라고 부르는 유형의 개인민박도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기존의 호텔 이외에 관광 등 단기 숙박시설을 확충·도입하겠다는 방침이 지금 체계에서 충분히 구현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논의결과에 따라 관련 제도의 보완이나 폐지까지도 반영해야 합니다. 즉 생숙이란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면 주택공급효과가 커진다고도 주장하지만, 주택 대체품으로 주택공급효과를 낸다는 식의 접근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입니다. 주거시장에 주택이 부족해서 주택을 공급한다면 글자 그대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적용된 인위적인 규제로 인해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상품의 유형이 뒤틀렸다면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시장에 필요한 규제완화입니다. 이는 생숙뿐만이 아니라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에서도 동일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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