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3600평 규모의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농장을 운영하는 박진성 농부. /사진=김영리 기자
제주도에서 3600평 규모의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농장을 운영하는 박진성 농부. /사진=김영리 기자
"너무 애지중지 키워 자식 보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3600평(약 1만1900㎡) 규모의 밭에는 골드키위들이 가지마다 알알이 매달려있다. 이 농장에서 올해 약 25톤의 키위가 수확되어 28일 출하가 시작됐다.

농부 박진성(37)씨의 농장을 직접 찾아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열매 한 알에 쏟는 정성과 노력을 들어봤다.

제스프리 키위 겨우내 먹을 수 있는 이유

박진성 농부가 키위를  따는 모습. /영상=김영리 기자
박진성 농부가 키위를 따는 모습. /영상=김영리 기자
거칠한 갈색 껍질에 샛노란 과육이 매력인 골드키위는 부드러우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과일이다. 100g당 비타민C 152mg을 함유하고 있어 한 알만 먹어도 성인의 일일 비타민C 권장 섭취량인 100mg을 충족한다. 또한 식이섬유와 칼륨, 엽산 등의 영양소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뉴질랜드 키위 전문 기업 제스프리의 키위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국내 키위 시장에서 제스프리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전 세계 제스프리 키위 수출국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소비 규모를 갖추고 있다.

한국이 '제스프리 키위 큰손'으로 등극한 배경에는 제주도가 있다. 2004년부터 뉴질랜드와 재배 환경이 비슷한 제주도에서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가 재배·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봄에 수확한 뉴질랜드 키위는 국내에서 4~11월까지 판매되고, 우리나라의 봄·여름 따뜻한 햇볕을 맞고 자란 제주산 키위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통된다. 이로써 한국에서는 1년 내내 키위를 맛볼 수 있게 됐다.

2년 전 아버지 따라 키위 농사 입문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농가. /사진=김영리 기자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농가. /사진=김영리 기자
박진성 씨는 2년 차 청년 농부다. 제주 토박이로 6년간 집배원 생활을 하다가, 20년 넘게 제주에서 제스프리 키위 농장을 운영해온 아버지의 업을 물려받아 가업을 이었다. 2000평이었던 농장을 1600평 규모로 확장해 아내와 손수 꾸리면서 대농으로 거듭났다.

박 씨는 "어릴 때부터 어깨 너머로 아버지께서 농사짓는 모습을 봐서인지 키위 농사가 익숙하게 느껴졌다"면서도 "직접 해보니 신경 쓸 것도 많고 1년 내내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 꾸준히 공부하며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키위의 작기는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가량이다. 작기란 한 작물에 싹이 돋는 시점부터 수확하기까지의 생육 기간을 이른다. 같은 농경지에서 농작물을 두 번 심어 거두는 이모작이 안 되는 작물로, 그만큼 농부의 관심과 정성이 1년 내내 키위에 쏠린다.

박 씨는 작기 내내 매일 오전 7시에 기상해 오후 5시까지 농업에 매진한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오전 5시에 출근한다고. 그는 "3월께 나무에서 새순이 돋으면, 가지에 적당량의 열매만 맺힐 수 있게끔 '순 치기' 작업을 한다. 4월 중순이 되면 꽃이 피는데, 이때 일주일 정도 날을 잡아 인공 수정을 시켜야 열매가 맺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부터 9월까지는 열매가 자라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면서 물을 준다. 2000평에 대략 200그루의 키위나무가 있는데 매일 모든 나무를 꼼꼼히 살핀다. 여름에는 가지 1개당 열매 16알을 기준으로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린 가지는 쳐내는 '적과 작업'을 한다"고 재배 과정을 전했다.

박 씨는 "키위는 일조량이 풍부할수록 당도가 오른다"며 "영상 13도 수준의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가림막을 수시로 걷거나 덮고, 열풍기도 사용한다"고도 부연했다.
/사진=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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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썬골드키위 재배에 최적인 이유도 밝혔다. 박 씨는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는 전부 'G3'라고 부르는 제스프리의 독자 품종"이라며 "이 품종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뉴질랜드와 비슷한 해양성 기후와 화산암 토양을 갖출수록 좋은데 제주도가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가 연중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수확 직전 품질 검사 시기다. 브릭스(당도) 검사, 건물증(과실을 건조해 완숙 시기의 당도를 예측하는 시험법) 검사를 치러 제프스리가 제시하는 일정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만 수확이 가능해서다. 그는 "키위는 후숙 과일이라 10월 중순께 미숙과인 상태로 수확한 뒤 팩하우스(포장저장시설)에서 후숙한다"며 "내가 기른 키위가 출하할만한지 평가받는 최종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본 검사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각 농가는 3일 이내에 수확해야 한다. 평소 아내와 둘이서 밭을 돌보던 박 씨는 수확 시기마다 친척과 이웃을 불러 모아 하루 이틀 내에 키위를 전부 수확한다.

농업의 고충을 묻자 그는 "처음 농사에 입문할 때는 자연재해 등 외부 변수에 한 해 농사가 달려있다는 점이 부담이었고 마음도 많이 졸였다"면서도 "하다 보니 농사만큼 노력에 비례하는 정직한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 또 없더라"라고 말했다.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농가. /사진=김영리 기자
제스프리 제주 썬골드키위 농가. /사진=김영리 기자
박 씨는 키위를 두고 '책임감의 결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업으로 가계를 꾸리고 있으니 책임감이 안 생길 수 없다"고 웃으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열매를 보면 키위 농부로서 맛있는 키위를 소비자한테 제공해야겠다는 사명감까지 자연스레 생긴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키위가 알맞게 후숙됐는지 확인하려면 키위를 손에 살짝 쥐었을 때 말랑하고 탄력이 느껴지면 되며 단단하다면 서늘한 곳에서 2~5일가량 후숙하면 좋다"고 권했다.

국내 제스프리 재배 면적 '5년 새 2배'

제주도에 위치한 제스프리 팩하우스 전경. /사진=제스프리 제공
제주도에 위치한 제스프리 팩하우스 전경. /사진=제스프리 제공
10월 중순 농가에서 수확된 키위들은 전부 제주도 내 제스프리 팩하우스로 모인다. 팩하우스에 제주 썬골드키위가 도착하면 48시간 동안 수확 시 생긴 열매 표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인 '큐어링'을 거친다. 이후 유통은 제스프리가 도맡는다.

작물의 관리나 마케팅에 대한 부담 없이 작물 재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제주 농가에서도 관심이 많다는 후문이다. 박 씨는 "자식 세대에서 부모의 제스프리 농장을 물려받는 경우가 더러 있고, 신규 농가도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제주 및 전남 지역의 썬골드키위 농가 수는 301개, 재배 면적은 242만㎡에 달한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농가 수는 약 1.5배, 재배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