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가 선보이는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홍상수 영화감독과 김민희 배우. 연합뉴스
홍상수 영화감독과 김민희 배우. 연합뉴스
가사법의 관점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는 여러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이슈는 이혼할 때 발생합니다.

2023년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약 19만4000 건이고, 이혼 건수는 약 9만2000건입니다. 대략 2쌍 중 1쌍 정도가 이혼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몇 년 전부터 이혼 예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이혼했어요’, ‘ 결혼과 이혼 사이’, ‘이혼숙려캠프’,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이제 혼자다’ 등 이혼 예능은 예능의 한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가정에서나 이혼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어렵지 않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족관계의 변화에 따른 법적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이혼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인은 굉장히 쉽습니다. 혼인신고는 꼭 둘이 가서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구청 등에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혼자 가서 혼인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은 다릅니다. 이혼은 일정한 숙려기간을 걸쳐서 부부 쌍방이 판사나 사법보좌관 앞에서 이혼 의사를 확인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통해 하거나, '재판(조정 포함)' 절차로만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이혼 중 77.8%가 협의이혼, 22.6%가 재판(조정 포함) 이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이혼이 가능할까요? 많은 분이 "나는 크게 잘못한 적이 없는데 왜 이혼당해야 하나요?"라고 물으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민법 제840조는 ①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②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했을 때, ③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할 때,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각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부 쌍방이 원하는 경우에는 협의 이혼이나 재판 이혼을 통해 이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쪽만 이혼을 원할 때입니다.

우리나라는 이혼에 대해 '파탄주의'가 아닌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행위나 지속적인 폭력, 폭언 등이 이해 해당합니다.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반드시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가능합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홍상수 영화감독은 배우자가 있음에도 배우 김민희와 부정행위를 한 유책배우자이고,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아서 이혼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경우 최 회장이 김희영과 부정행위를 한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에 노 관장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이혼 청구는 기각되었을 것이지만, 노 관장 또한 이혼 의사를 밝혀서 이혼하는 내용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판례는 이를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로 해석합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어 재결합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 하급심 실무에 있어서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 청구를 더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반면, 미성년 자녀가 없다면 이혼 소송 자체를 혼인 관계 파탄의 증거로 보는 경향이 있죠. 10여년 전 차두리 선수의 이혼 청구 소송이 기각된 것도 미성년 자녀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이혼은 복잡한 법적, 감정적 문제를 동반합니다. 법은 가족의 보호와 개인의 행복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지만, 현실의 복잡성을 완벽히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혼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법적 조언과 함께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l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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