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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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건설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요 SMR 업체에 지분투자를 하고 주기기 제작을 맡기로 하는 협약을 맺어두는 등 일찌감치 이 분야의 역량을 쌓기 시작했다. 다만 사업구조 재편 관련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SMR 분야의 성장성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두산에너빌리티는 8.68% 상승한 2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주 들어서만 16.85% 상승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잇따라 SMR 관련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한 영향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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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일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밀어 올린 건 아마존이 세 건의 SMR 관련 계약 소식이었다. 아마존이 맺은 계약 내용은 △워싱턴주 공공유틸리티 컨소시엄인 에너지노스웨스트의 SMR 건설 자금 지원 및 SMR 생산 에너지 구매 △에너지노스웨스트와 협력하는 SMR용 원자로 개발 기업 엑스에너지에 대한 지분투자와 5억달러 규모 투자 유치 지원 △버지니아주 유틸리티 회사 도미니언에너지와의 SMR 건설 협력 등이다. SMR을 통해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데이터센터를 구동할 전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아마존이 지분투자한 엑스에너지의 주요 주주 목록에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작년 1월 엑스에너지에 대한 지분투자를 하고, 이 기업과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엑스에너지와 함께 원자로(Xe-100)를 공동 개발하고, 설계가 완료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들어주는 구조다.

아마존의 SMR 투자 소식은 미국 증시에서 뉴스케일파워라는 회사의 주가를 폭등시켰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40.01% 상승했고, 간밤엔 5.51% 조정받았다. 뉴스케일파워가 급등한 이유는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SMR 설계 인증을 받은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창업 초창기인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400만달러를 투자하고,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아마존에 앞서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SMR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계약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구글은 아마존에 하루 앞선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가 향후 가동하는 SMR의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MS는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로부터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전력을 20년동안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부분 SMR 프로젝트들은 2030~2032년께 첫 상용 원자로를 가동할 계획이다. 주기기 제작 및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께부터는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원자로 수주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SMR 산업의 성장성이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업가치에 온전히 반영되는 건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견제로 무산된 바 있는 사업구조 재편 관련 불확실성 때문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빅테크들의 SMR을 통한 전력 공급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주 이전에 SMR 사업의 경쟁력 및 성장성이 미리 부각될 수 있다”면서도 “SMR 사업 가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는 우선 성공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합병비율이 주주친화적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있는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을 헐값에 떼어내는 데 대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발이 일었고, 결국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전날 개최된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 요구에 맞고 주주가치 환원 정신에도 맞는 방향으로 (사업구조 개편 방안을) 수정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