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반도체 겨울론' 재점화, 전문가 의견은…"업황 쉽사리 꺾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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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명 중 4명, 겨울론 우려 과도해

ASML 실적 쇼크 반박한 TSMC 실적
AI와 비(非)AI 간 온도차 확연…종목 차별화 전망
[마켓PRO] '반도체 겨울론' 재점화, 전문가 의견은…"업황 쉽사리 꺾이지 않아"
한경 마켓PRO는 18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5명에게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실적 쇼크로 재점화된 반도체 겨울론에 대해 물어봤다. 이에 전문가 4명은 단기 성장통에 불과하다며 인공지능(AI) 칩을 통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나머지 1명은 AI와 비(非) AI 간 온도차가 확연하다며 반도체 업황의 조정 가능성을 주목했다.

최근 ASML은 올해 3분기 매출 74억6700만유로(약 11조870억원), 순이익 20억7700만유로(약 3조841억원)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9%, 11.1% 오른 수치다. 당장 3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시장을 실망시킨 건 각종 세부 실적과 전망치였다. ASML이 제시한 내년도 매출 예상치는 300억~350억유로(약 44조5077억~51조9256억원)이다. 이는 시장 전망(361억유로)에 못 미치는 액수다. 장비 예약 액수도 반 토막이 났다.

ASML이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겨울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종목을 모은 'KRX 반도체지수는 최근 석 달간 24.9% 급락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두 ASML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ASML의 실적 전망은 곧 글로벌 반도체 업황 풍향계로 통한다. ASML에 앞서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7개 분기 만에 10조원을 넘은 2분기(10조44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또 10조원대였던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

대부분의 주식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ASML 실적 쇼크는 단기적인 이슈"라면서 "일시적 실적 악화로 인한 것일 뿐 AI 칩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한다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반도체 성장성이 여전히 높다는 의견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AI 반도체주에 수급이 몰리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를 발표하는 등 AI 반도체의 성장세가 여전히 높단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TSMC는 AI 칩 시장의 활황을 타고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업계 전반의 비관론을 상쇄했다"면서 "내년에도 AI 반도체 업황은 견조할 것이라는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에서 AI와 비 AI 간 온도차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모바일기기·PC용 반도체 시장은 침체되는 상황에서 비 AI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주가 상승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비 AI, 레거시 제품 생산자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