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 사진=한경DB
가수 임영웅 / 사진=한경DB
마지막회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기준). 가수 임영웅이 왕좌에 오른 TV조선 '미스터트롯' 시즌1이 세운 기록이다. 2019년 '미스트롯' 송가인에 이어 '미스터트롯' 임영웅까지 슈퍼스타로 등극하면서 대한민국은 트로트 광풍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트로트가 약발이 다했다"는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트로트 치트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진심누나'는 0.8%에서 0.6%로 방송 2회 만에 1%도 안 되는 수치에 바닥을 찍었다. '진심누나'는 새내기 '트롯돌'을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시킬 누나들의 서포트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 '누나' 이영자, 송은이, 김숙에 트로트 샛별 한태이, 정윤재, 쇼헤이, 임채평, 서우혁이 출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트로트는 '흥행 불패 아이콘'이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입상자들이 등장하는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화제성과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에 그 화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종영한 TV조선 '미스트롯' 시즌3의 TOP7 정서주, 배아현, 오유진, 미스김, 나영, 김소연, 정슬도 현재 방영 중인 TV조선 '미스쓰리랑'에 출연 중인데, 가장 최근 방송분인 지난 16일 기준 시청률은 3.3%였다. 임영웅을 비롯해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희재, 정동원 등 '미스터트롯' 시즌1 TOP6가 출연했던 '뽕숭아학당'의 경우 종영 직전 시청률이 하락하긴 했지만, 방송 내내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론칭시킨 서혜진 PD가 TV조선을 떠나 크레아스튜디오(이하 크레아) 설립 후 선보이고 있는 트로트 프로그램들도 화력이 이전만 못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혜진 PD가 MBN과 손잡고 선보인 '불타는 트롯맨'은 최고 시청률 16.6%, '현역가왕'은 17.3%을 기록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한일톱텐쇼'의 경우 올해 5월 28일 첫 방송 시청률 5.2%를 거둔 이후, 3%에서 5%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임영웅 넘어서는 스타 없고, 법적 분쟁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프로그램으로 새 얼굴들은 꾸준히 소개되고 있지만, 임영웅의 스타성과 화제성을 뛰어넘는 가수는 4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우승 이후 트로트에서 나아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폭넓은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TV조선 고정 예능이 종영한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 빈번하게 출연하진 않지만, 2021년 KBS 송년특집으로 선보여진 임영웅 단독쇼 '위 아 히어로 임영웅'은 전국 일일 시청률이 16.1%로 기록돼 화제를 모았다.

최근 게스트로 출연한 tvN '삼시세끼 라이트' 역시 전국 가구 기준으로는 평균 9.0%, 최고 11.6%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방송가 안팎에서 "임영웅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시청률뿐 아니라 '임영웅 효과'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더 스타디움'을 보러 온 10만 명을 더하면 32만 명에 이른다. 누적 매출만 500억 원에 육박한다. 광고계에서는 '브랜드 평판 1위'인 임영웅을 모시기 위해 백지수표까지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영웅은 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일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영웅이 절대 지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이를 위협할 새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트로트 예능 위기론'과 궤를 같이한다. 몇몇 관계자들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특정 참가자 밀어주기' 의혹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트로트 프로그램은 무조건 본다'는 안일함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MBN '현역가왕'
/사진=MBN '현역가왕'
이 상황에서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콘서트 IP를 두고 법적 분쟁이 불거졌다. '현역가왕2' 녹화를 앞두고 제작사 크레아와 콘서트, 매니지먼트 담당 협업 계약을 맺었던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가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크레아는 올초 nCH에 콘서트 공연권과 매니지먼트권을 60억원에 팔았다. nCH 엔터테인먼트는 이 중 계약금과 중도금 40억원을 이체했고, 잔금은 20억원이 남아있었다. 이 상황에서 nCH가 대관 등의 업무를 맡기고자 다른 엔터사에 공연권 일부를 판매했는데, 크레아는 제3자 양도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계약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nCH는 "계약 위반 사실이 없다"며 "계약서상 공연판권 판매가 유효한 계약으로 판권 일부 판매에 대해서도 크레아가 모두 알고 있었으나, 계약 5개월 만에 해지 합의를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자 콘서트 및 매니지먼트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반박했다.

트로트 예능, 다시 비상할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원래 오디션이라는 게 같은 장르가 반복되면 희석되는 부분이 있다"며 "출연자에 의해 프로그램의 힘이 결정되는데, 보통 인지도가 쌓인 시즌2에 가장 많이 쏠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즌이 이어지다 보면 그런 인물들이 빠지면서 힘이 빠지고, 프로그램도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어 식상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여러 채널에서 트로트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이 분산되고 있다"며 "새로운 서사, 색다른 걸 구성해서 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반복해서 시청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미스터트롯'이 이례적인 신드롬이었다"며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떤 폭발적인 유행도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화력이 분산된 부분도 있고, 절대적인 스타도 그 이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니 이전과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