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회사 안에서 거짓과 음모가 판치는 까닭은
2015년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포천’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2위에 꼽혔다. ‘배런스’에서는 7위에 선정돼 두 경제 주간지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2년 후, 이 회사는 수천 개의 사기성 고객 계좌를 개설했다는 이유로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가장 모범적인 은행으로 알려진 웰스파고는 어쩌다가 고객 모르게 가짜 당좌예금 계좌와 신용카드를 발급하며 수천 명의 직원이 범법 행위에 참여하게 했을까? 스캔들 여파 속에서 진행된 조사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외적으로 선언된 것과 내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어긋남’과 ‘달성 불가능한 인센티브 구조가 낳은 심한 압력과 치열한 영업 문화’를 들었다.

미국 컨설팅기업 네이발렌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관리자인 론 카루치는 <정직한 조직>에서 어떤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정직한 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전한다.

저자가 말하는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의 원제 ‘To be honest’처럼 ‘솔직해지라’는 주문에 가깝다. 조직원들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서로 함께 공유하고, 회사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회사의 행동과 말이 다른 것이 직원들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전한다. 예를 들면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화가 난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응대할 암기 스크립트를 받았을 때, 그들은 ‘좋은 서비스’라는 회사의 공식 약속을 개인적으로 위반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결함이 있는 제품이나 형편없는 서비스에 대해 고객에게 거짓으로 대응하게 할수록 직원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된다.

저자는 쉽게 듣고, 쉽게 말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건강한 광장이 없을 때, 진실이 있어야 할 곳을 소문과 가십, 공모가 뒤덮고 진실은 지하로 숨는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건강한 논쟁을 독려하고, 얼마나 급진적인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을 조직 내에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조직 내에 정직의 DNA를 깨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