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 경제적 득실 아닌 도덕적 의무로 봐야"
“한국인에게 통일은 도덕적 의무입니다. 통일에 대해 지나치게 경제적 득실을 따지기보다 도덕적인 의무, 가치 지향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사진)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강연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및 경제 상황을 본다면 자유 세계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나 국제사회 시민은 한국의 통일을 도덕적 의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강연에서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통일 독트린’과 이를 위한 실행 강령 등을 학생들에게 자세히 소개했다. ‘독트린에서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 열망을 언급한 것은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대한민국 정부는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자유롭고 풍요로운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되며, 북한은 흡수통일될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더 어렵게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통일의 궁극 목표는 한반도 개개인 누구나 자유 인권 번영을 누리는 것”이라며 “이런 통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북한 인권 증진을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 아젠다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최근 제시한 ‘두 국가론’이나 ‘통일 지우기’ 전략은 체제 경쟁의 패배감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또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자원 배분을 왜곡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주민들이 경제난, 식량난을 겪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며 대북전단 살포가 일정 수준까지는 용인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정보에 접근하게 하는 것은 왜곡된 자원 배분을 고칠 기회이며, 북한 당국의 생각과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