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대기업으로서 유례없는 해외 직상장으로 한국 기업 및 자본시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로 평가할 만하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엊그제 마감한 주식 배정의 최종 경쟁률은 2.37 대 1로 예상보다 높았다. 개인투자자 청약률은 50% 이하였으나 기관투자가 입찰 규모가 배정 물량의 7배에 달한 덕분이다. 22일 상장이 끝나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3억달러(약 4조5200억원)를 조달한다.

현대차는 상장 자금을 현지에 투자해 인도를 한국에 이은 ‘제2의 글로벌 생산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등극한 인도는 주요국 중 가장 높은 7~8%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자동차 시장은 세계 3위로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현대차는 인도·일본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으나 그 격차는 크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한 점유율은 21%로 마루티스즈키(41%)의 절반에 그친다. 이 격차를 뒤집기 위해 인도 증시 상장이라는 해법을 들고나온 것이다.

현대차는 혁신을 위해서라면 경쟁사와 손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달 GM과 포괄적 업무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엊그제 도요타와는 자회사 간 인공지능(AI) 로봇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다음주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천문학적 돈이 드는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종 업체와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이달 초 미국 알파벳 자회사인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우버,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미국에서 도심 내 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실적도 눈부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10.7%의 영업이익률로 5대 완성차 업체 중 1위에 올랐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반도체가 고전 중인 때에 현대차가 파괴적 혁신 행보를 이어가 미래 산업의 선도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