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100년 만에 찾아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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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물류서 말을 퇴출한 것은
20세기 초 대량 생산된 자동차
가파른 양산·기술 발전 등
車와 AI는 공통점 많아
'대충격'은 산업의 명운 갈라
변화 물결 올라타 '기회' 잡아야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20세기 초 대량 생산된 자동차
가파른 양산·기술 발전 등
車와 AI는 공통점 많아
'대충격'은 산업의 명운 갈라
변화 물결 올라타 '기회' 잡아야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19세기 말 미국 뉴욕 거리는 말똥 천지였다. 곳곳에 높이가 2m에 달하는 말똥 더미가 쌓여 있었다. 말의 분뇨에서 나는 악취와 셀 수 없이 달려드는 파리떼는 도시의 상징이었다. 1867년 뉴욕에선 1주일에 평균 4명의 보행자가 말에 치여 사망했다. 뉴욕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1870년 보스턴은 인구 25만 명에 말이 5만 마리나 됐다. 시카고에선 매년 말의 사체만 7000마리씩 나왔다.
말은 교통수단 이상이었다. 1872년 말들이 집단으로 감기에 걸리면서 미국 동북부 주요 도시는 말 그대로 마비됐다. 대중교통 역할을 담당하던 마차업체는 운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도시 내 운송을 전담하던 말이 사라지면서 기차역엔 화물이 쌓였고, 도시민의 생활에 필요한 우유와 얼음, 야채, 맥주 등은 동이 났다. 공장들이 멈춰 섰고 소방업무와 쓰레기 처리 같은 도시의 행정업무도 발이 묶였다. 교통과 물류 유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위상은 수백 년간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등장하자 말은 순식간에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원하는 때 움직일 수 있고, 사료를 먹지도 않고 배설물도 없는 자동차는 막강 그 자체였다. 1900년 미국에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8000대에 불과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46만8000대로 치솟았다. 다시 10년이 지난 1920년에는 자동차 수가 900만 대로 폭증했고, 1929년에는 2300만 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경제사가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미국을 비가역적으로 바꾼 변화’라고 평가했던 자동차의 등장과 확산 과정을 다시 보는 것과 같은 큰 변화가 눈앞에 일렁이고 있다.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든 인공지능(AI)이 100년 전 자동차가 전했을 법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AI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챗GPT에 리포트 작성을 맡기지 않아도, 미드저니로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AI는 이미 주변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운전 중에 스마트폰 지도 앱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알려주고, 구매한 제품에 대한 불만을 챗봇에 털어놓고, 알고리즘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뉴스와 동영상을 보는 것 모두 AI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벌인 2016년의 알파고와 같은 ‘특수AI’에서 10년도 안 돼 일상에서 사용하는 ‘범용AI’로 AI의 주축이 바뀌었다.
이런 AI의 가파른 발전상은 말이 수송 수단의 주축을 맡고 있던 20세기 초, 자동차가 시장을 파고들 때 모습과 겹친다. 요즘 오픈AI와 구글, 아마존이 앞다퉈 대중적인 AI 제품을 쏟아내는 것처럼 1910년 문을 연 포드의 하이랜드파크 공장은 주요 부품의 내부화를 포함한 수직통합을 이루고 대중용 자동차산업의 문을 활짝 열었다. 1913년까지 컨베이어벨트로 상징되는 어셈블리 라인이 포드의 전 공장으로 확산됐다. 당시 7000여 개 딜러망을 구축한 포드는 인구가 2000명에 불과한 조그만 마을까지 파고들었다.
스탠퍼드대의 ‘AI인덱스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대한 지난해 글로벌 투자 규모(252억달러)는 2022년 대비 8배 증가했다. 이미지 분류, 시각 추론, 영어 이해 등의 분야에선 AI가 인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됐다. 자연스레 1906년 7마력에서 1940년 100마력까지 엔진의 성능이 급격하게 개선되던 때의 자동차산업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사회 분위기도 비슷하다. 올해 노벨물리·화학상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구글브레인 출신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AI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 개발자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 등 AI 개발의 물꼬를 튼 실무적인 인물들에게 돌아갔다. 우연하게도 자동차산업이 대중화의 발을 떼던 1909년에 노벨물리학상은 처음으로 ‘이론가’가 아니라 ‘엔지니어’ 굴리엘모 마르코니(무선통신)와 카를 브라운(브라운관 발명)에게 주어졌다.
‘자동차 혁명’ 이후 세계 경제의 한 축은 자동차산업으로 굴러갔다. 완전히 자취를 감춘 마차들 자리에 부품 공장과 주차장, 정비소 주유소가 속속 들어섰다. 100년 전 거세게 불었던 대변화의 바람이 또다시 몰려오고 있다. AI 도래의 충격에 속절없이 떠밀려만 다녀선 안 된다. 누구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기회를 거머쥐어야 한다.
말은 교통수단 이상이었다. 1872년 말들이 집단으로 감기에 걸리면서 미국 동북부 주요 도시는 말 그대로 마비됐다. 대중교통 역할을 담당하던 마차업체는 운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도시 내 운송을 전담하던 말이 사라지면서 기차역엔 화물이 쌓였고, 도시민의 생활에 필요한 우유와 얼음, 야채, 맥주 등은 동이 났다. 공장들이 멈춰 섰고 소방업무와 쓰레기 처리 같은 도시의 행정업무도 발이 묶였다. 교통과 물류 유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위상은 수백 년간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등장하자 말은 순식간에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원하는 때 움직일 수 있고, 사료를 먹지도 않고 배설물도 없는 자동차는 막강 그 자체였다. 1900년 미국에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8000대에 불과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46만8000대로 치솟았다. 다시 10년이 지난 1920년에는 자동차 수가 900만 대로 폭증했고, 1929년에는 2300만 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경제사가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미국을 비가역적으로 바꾼 변화’라고 평가했던 자동차의 등장과 확산 과정을 다시 보는 것과 같은 큰 변화가 눈앞에 일렁이고 있다.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든 인공지능(AI)이 100년 전 자동차가 전했을 법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AI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챗GPT에 리포트 작성을 맡기지 않아도, 미드저니로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AI는 이미 주변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운전 중에 스마트폰 지도 앱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알려주고, 구매한 제품에 대한 불만을 챗봇에 털어놓고, 알고리즘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뉴스와 동영상을 보는 것 모두 AI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벌인 2016년의 알파고와 같은 ‘특수AI’에서 10년도 안 돼 일상에서 사용하는 ‘범용AI’로 AI의 주축이 바뀌었다.
이런 AI의 가파른 발전상은 말이 수송 수단의 주축을 맡고 있던 20세기 초, 자동차가 시장을 파고들 때 모습과 겹친다. 요즘 오픈AI와 구글, 아마존이 앞다퉈 대중적인 AI 제품을 쏟아내는 것처럼 1910년 문을 연 포드의 하이랜드파크 공장은 주요 부품의 내부화를 포함한 수직통합을 이루고 대중용 자동차산업의 문을 활짝 열었다. 1913년까지 컨베이어벨트로 상징되는 어셈블리 라인이 포드의 전 공장으로 확산됐다. 당시 7000여 개 딜러망을 구축한 포드는 인구가 2000명에 불과한 조그만 마을까지 파고들었다.
스탠퍼드대의 ‘AI인덱스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대한 지난해 글로벌 투자 규모(252억달러)는 2022년 대비 8배 증가했다. 이미지 분류, 시각 추론, 영어 이해 등의 분야에선 AI가 인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됐다. 자연스레 1906년 7마력에서 1940년 100마력까지 엔진의 성능이 급격하게 개선되던 때의 자동차산업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사회 분위기도 비슷하다. 올해 노벨물리·화학상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구글브레인 출신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AI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 개발자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 등 AI 개발의 물꼬를 튼 실무적인 인물들에게 돌아갔다. 우연하게도 자동차산업이 대중화의 발을 떼던 1909년에 노벨물리학상은 처음으로 ‘이론가’가 아니라 ‘엔지니어’ 굴리엘모 마르코니(무선통신)와 카를 브라운(브라운관 발명)에게 주어졌다.
‘자동차 혁명’ 이후 세계 경제의 한 축은 자동차산업으로 굴러갔다. 완전히 자취를 감춘 마차들 자리에 부품 공장과 주차장, 정비소 주유소가 속속 들어섰다. 100년 전 거세게 불었던 대변화의 바람이 또다시 몰려오고 있다. AI 도래의 충격에 속절없이 떠밀려만 다녀선 안 된다. 누구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기회를 거머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