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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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까지 보름가량 남겨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 도박사이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60%까지 급등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0%에 그치면서 일각에선 몇 개의 동일 계좌에서 나온 거액이 베팅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작설’이 제기되고 있다.

경합 주에선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모든 도시가 디트로이트처럼 될 것”이라고 말해 해리스 부통령 캠프 측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디트로이트시의 경쟁력을 깎아내렸다는 이유에서다.

“4개 계좌가 꾸준히 트럼프 베팅”


블록체인에 기반한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지난 2주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60%,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 가능성은 40%였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두 후보는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폴리마켓의 예측이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그간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코로나19 백신 출시 시기, 2020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정확히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폴리마켓의 이같은 결과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폴리마켓에 등록된 4개의 계정에서 나온 3000만 달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에 걸려있다. 블록체인 분석회사인 아캄 인텔리전스의 미겔 모렐 최고경영자(CEO)는 “이 계정들이 같은 주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만 큰 베팅 자체만으로 문제 삼긴 힘들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확신한 누군가가 거액의 수익을 노리고 돈을 걸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WSJ은 “어떤 사람들은 이 베팅이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열기를 조성하려는 영향력 캠페인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 격전지 부상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전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최근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가 격전지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한 경제 단체를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그녀가 여러분의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전체가 디트로이트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공업 도시였던 디트로이트가 한때 쇠락기를 겪으며 일자리가 줄고 범죄율이 올라간 점을 두고 한 표현이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의 캠프 측은 즉각 공격하고 나섰다.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을 평가 절하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리스 캠프 측은 ‘디트로이트 대 트럼프’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지역의 유명한 슬로건 ‘디트로이트 대 모두’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메시지로 바꾸었다. ‘디트로이트 대 모두’는 디트로이트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면서 주민들이 도시의 생존력과 회복력을 내세우며 외부의 부정적인 인식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편 8일 애리조나주 투산 유세를 시작으로 해리스 지원 유세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에 30분 넘게 춤만 추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당신 할아버지가 이렇게 하면 걱정하지 않겠느냐”며 “늙고 미친 트럼프가 어떤 모습인지 우리가 볼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19일 펜실베이니아주 라트로브에서 열린 유세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미친 좌파들”이라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누가 그에게 말해줘야 한다. ‘X 같은 부통령, 당신은 해고’라고”하는 등 거칠게 비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