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했으니 세금 깎아 달라" 소송…법원 "사업 방식 동일, 창업 아냐"
다른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넘겨받아 새로운 인터넷 방송을 창업한 경우 창업벤처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최근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A사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30억원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9월 설립된 후 같은 해 10월 다른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이트를 운영 중이던 B사와 C사의 회원정보, 저작영상물, 서버 및 관련 정보 일체 등을 10년간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D 티비'라는 인터넷방송 플랫폼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이듬해 11월에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았다.

이후 A사는 2020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때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자사가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세액감면 규정을 적용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기업(창업벤처중소기업)에 대해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과세연도와 그다음 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4년 이내에 끝나는 과세연도까지 법인세의 절반을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A사가 B사와 C사로부터 플랫폼을 양수받아 서비스를 개시했으므로 창업벤처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합병·분할·현물출자 또는 사업의 양수를 통해 종전의 사업을 승계하거나 종전의 사업에 사용되던 자산을 인수 또는 매입해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는 경우' 등을 창업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조항이 근거가 됐다.

이에 불복한 A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사는 "B사와 C사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방송 송출방식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원고가 D 티비를 개설한 것은 창업벤처중소기업 세액감면 요건인 '창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사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창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B사와 C사의 주주들이 출자해 설립된 법인이며, 원고가 운영하는 D 티비는 B사와 C사의 플랫폼이 통합해 개설된 된 것으로 보인다"며 "D 티비의 회원과 소속 BJ는 대부분 B사와 C사의 플랫폼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D 티비와 B사와 C사의 플랫폼 모두 소속 BJ가 게임이나 성인방송 등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유도하고, 후원 아이템을 유로로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다"며 "이를 두고 원시적인 사업 창출의 효과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